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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드디어 연회 당일이 되었다. 진한나는 높은 하이힐을 신고 연회장 안으로 들어섰다. 밤하늘 같은 어두운색에 금빛이 흩뿌려진 듯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마치 은하수가 쏟아져 내린 듯 찬란했다. 깊게 파인 브이넥은 진한나의 하얀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목에는 보석이 박힌 목걸이가 빛을 뿜어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은은하게 흩어지는 빛이 아름다운 진한나의 얼굴과 어우러져 보는 사람마저 멍하니 바라볼 정도였다. 그녀가 도착했을 때 연회장은 아직 한산했고 문 앞에는 진현성이 서 있었다. 진현성은 검은색 슈트에 은빛이 도는 넥핀을 착용하고 있었고 그 은빛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날카롭던 눈매는 진한나를 발견하는 순간 부드럽게 풀리며 다정함으로 가득했다. “우리 한나, 오늘도 최고로 예쁘네. 이따가 사람들이 모이면 너만 보게 될 거야.” 오빠의 칭찬을 들은 진한나는 거리낌 없이 기분 좋게 받아들였고 이내 진현성의 팔에 팔짱을 끼며 살짝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나 부탁 하나면 해도 돼? 이따가 내가 누군지 잠깐 밝히지 않으면 안 돼?” 무슨 속셈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진현성은 언제나 진한나의 말이라면 전부 들어주었다. “그래. 네 말대로 할게. 할아버지랑 둘째, 셋째는 조금 늦을 거야. 난 우선 손님들 맞으러 나가 있을게.” 진현성은 진한나의 손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몇 마디 더 당부한 뒤 자리를 떠났다. 진현성이 떠나자 진한나는 여유롭게 걸어 나가 꽃무늬로 조각한 난간에 기대어 홀 안을 내려다보았다. 웨이브진 머리카락이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며 마치 높은 탑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여왕 같았다. 진한나의 시선이 소가연과 팔짱을 낀 채 등장하는 고건우의 모습이 들어왔다. 옆에는 배가 불룩 나온 중년 남자가 있었는데 소가연의 아버지인 듯했다. “장인어른, 안심하세요. 가연이는 제가 잘 챙기겠습니다. 이따 연회가 시작되면 장인어른께서도 부디 저를 진 대표님께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건우는 극도로 공손한 태도로 소가연의 아버지인 소정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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