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홍시연은 이미 그의 엄마가 되었는데 배지욱은 그걸로도 모자라 더 많은 걸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나는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배지욱을 바라봤다.
“나한테 이런 얘기 해서 뭐해? 우리 친해?”
배지욱은 멍하니 서서 믿기지 않는 듯 나를 바라봤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싫증을 감추지 않았다.
“네가 네 엄마랑 어떤 관계를 쌓든 그건 네 일이지.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 그러니까 두 번 다시 나한테 와서 이런 말 하지 마. 너한테 낭비할 시간은 없으니까 말이야. 알겠니?”
나는 그 말을 남기고 곧장 배지욱 옆을 지나쳤다.
그러다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유치원 선생님 쪽을 돌아봤다.
“앞으로는 아무나 붙잡고 얘기하지 않도록 학생 좀 제대로 챙겨주셨으면 합니다.”
그 한마디를 던지고서야 나는 차에 올랐다.
곽민재는 액셀을 밟으며 차를 몰았다.
차가 도로 위로 올라서자 곽민재는 조심스레 내 얼굴을 살폈다.
그 시선엔 무언가를 탐색하려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
그와 함께 지낸 시간이 꽤 되어 나는 이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몸을 뒤로 기대 편히 앉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
“뭘 묻고 싶으세요?”
“아닙니다. 그냥 지금이 좋은 것 같아서요.”
곽민재는 시선을 거두며 짧게 답했다.
“결정하면 뒤 돌아보지 않으시네요.”
내가 가볍게 웃어넘기자 곽민재가 다시 물었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으신지 생각해 두신 게 있나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필요하시다면 사람을 붙여 계획을 세워 드릴 수도 있습니다.”
곽민재는 이서가 나와 함께 지낸 뒤로 점점 밝아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고마움의 표시로 내 삶도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나는 곧장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내게 아무것도 없을 때 머물 곳과 일자리를 마련해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워서 더는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곽민재의 마음도 이해됐다.
앞으로 집안일을 할 필요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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