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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무슨 뜻이에요?” 홍시연이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내가 지안이랑 이혼한 뒤로...” 배현민의 목소리는 느릿했지만 단호했다. “넌 임신을 핑계로 지욱이를 단 한 번도 데리러 간 적이 없지.” “당신 설마... 제가 배부른 몸으로 소처럼 일해야 한다는 거예요?” 홍시연의 말투엔 노골적인 불만이 섞였고 배현민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기만 했다. “그럼 이혁이는? 너 이혁이는 잘만 데려다주잖아.” 순간, 홍시연은 목구멍이 막힌 듯 아무 반박도 하지 못했다. “네가 지욱이를 친아들처럼 대하지 못하는 건 이해해.” 배현민은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애초에 네 아이가 아니니까.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한층 더 낮아지며 압박감을 줬다. “네가 원하는 대로 집을 넓혀주고 요리사며 운전기사까지 붙여줬어. 그런데 이제 와서 나더러 네 아들만 챙기라고? 그럼 내 아들은? 이혁이가 아빠 있는 아이가 된다면 내 아들은 대체 뭐가 되는 건데?” 곧, 홍시연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현민 씨, 이렇게까지 하나하나 따질 거예요? 저희를 가족으로 생각하지도 않는 거냐고요!” 그녀는 죄책감을 떠넘기려 했지만 배현민은 더 이상 그런 말에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걸어갔다. “지욱아.” 이내 배현민이 손짓하자 아침을 다 먹은 배지욱이 순순히 다가왔다. “오늘 저녁에 내가 못 오면 할머니께 연락할게. 그러면 할머니가 데리러 오실 거야.” “네.” 배지욱은 고개를 끄덕였고 배현민이 현관문을 열자 홍시연은 허둥지둥 달려와 그의 팔을 붙잡았다. “현민 씨, 지금 제 뱃속에 있는 아이도 당신 아이예요!” 그 말에 그는 잠시 멈췄지만 그녀를 돌아본 눈빛은 잔인하리만큼 냉혹했다. “알아. 그래서 지금까지 참고 있는 거잖아.” 잠시 숨을 고르던 배현민이 쏘아붙였다. “네가 처음 날 끌고 다니며 쇼핑하겠다고 지욱이를 유치원 앞에 내버려뒀을 때, 그때 이미 이혼했을 거야. 뱃속에 있는 아이만 아니었으면.” 그 말을 끝으로 배현민은 그대로 차에 올라 떠났다. 거실에 남겨진 홍시연은 숨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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