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곽민재가 나를 흘깃 보자 나는 고개를 저으며 신호를 주었고 그는 곧바로 입을 닫았다. “아빠, 왜 갑자기 저를 무섭게 불러요?” 곽이서는 아직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아빠가 자기 이름을 단호하게 부르더니 곧바로 잠잠해져 버렸으니까. “전 그냥 엄마가 좋아서 그런 건데...” 곽이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곧, 나는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럼 이서야, 엄마 말고도 곁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조금씩 말 걸어보는 건 어때?” 나는 살짝 머뭇거리다 말을 덧붙였다. “만약 네가 용기 내서 다른 사람들과도 대화할 수 있다면 엄마가 유치원에 지원해서 같이 있을 방법을 찾아볼게.” 사실 곽이서가 나와 곽민재에게 이야기할 때는 또래 아이와 다를 게 없었지만 그 외의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고 침묵했다. “엄마.” 곽이서의 목소리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그건.... 아직 못할 것 같아요.” 나는 아이의 어려움을 알기에 다그치지 않았다. “괜찮아.” 곽이서는 다시 품에 얼굴을 묻더니 깊게 숨을 들이키곤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노력은 해볼게요.” “그래.” 아이를 보는 내 눈빛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엄마는 이서가 언젠가는 해낼 거라고 믿어.” “네!” 곽이서가 힘차게 대답하자 곽민재도 놀란 듯 아이를 쳐다봤다. 잠시 차 안이 고요해지자 운전기사가 귀여운 아이를 슬쩍 놀리려 말을 건넸지만 곽이서는 끝내 대꾸하지 않았다. 그렇게 평소처럼 학교에 도착했다. 곽민재는 곽이서를 교실에 들여보내고 곧장 회사로 가는 대신 아이가 들어간 뒤, 선생님을 찾아 물었다. “배지욱 부모님은 아직 안 오셨습니까?” 선생님은 상황을 아는 듯 잠시 숨을 고르더니 대답했다. “아직 안 오셨어요. 요 며칠 지욱이는 부모님이 데려다주지 않았거든요.” 그 말에 곽민재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원하시면 지금 바로 연락드려볼게요.” 선생님이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려는 순간, 배현민이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