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곽민재는 회사 안에서 언제나 철저히 원칙만을 따르는 사람으로 통했다.
사적인 감정은 단 한 치도 끼워 넣지 않는 냉정하고 공정한 대표.
그렇다 보니 주변에 여자가 한 번도 없었고 사람들은 그를 두고 완벽한 일벌레이자 애초에 사랑 같은 건 필요 없는 남자라고 수군거렸다.
그런데 지금, 곽민재는 낯선 여자를 자기 사무실로 데려왔을 뿐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의 ‘신성한’ 공간에서 잠을 자도록 허락했다.
게다가 업무 보고를 하던 비서에게조차 목소리를 낮추라며 조심시키기까지 했다.
비서는 곁눈질로 칸막이를 바라보고는 다시 곽민재에게 시선을 돌렸다.
대낮에 이렇게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는 건, 분명 밤에 잠을 못 잔 증거라고 생각했다.
‘설마 곽 대표님이...’
비서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오려 했지만 대표의 싸늘한 표정에 황급히 입술을 다물었다.
더 이상 쓸데없는 상상은 금물이었다.
비서는 목소리를 낮추고 조심스럽게 다음 일정을 보고했다.
얼마 후, 보고가 끝나자 곽민재는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건네주었다.
“이 프로젝트들은 다 승인해.”
비서는 펼쳐보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미래 그룹은 늘 공정했다.
누가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기획안을 준비하는 것도 그 사람의 몫이고 회의에서 통과되면 그가 직접 실행까지 맡았다.
보고를 마친 비서는 머뭇거리며 덧붙였다.
“곽 대표님, 내일 오전에 유소희 씨가 면담 요청을 하셨습니다.”
보통 이런 요청은 바로 거절하는 게 원칙이었지만 유소희는 바로 곽민재의 맞선 상대였다.
그러니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는 이상, 비서가 마음대로 거절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 대신 전해. 난 시간이 없다고.”
그 순간, 곽민재의 눈빛은 다시 차갑게 가라앉았고 오로지 서류만 세계에 존재하는 듯 집중했다.
비서는 대표가 혹시 상대가 누구인지 잊은 건 아닌지 싶어 조심스레 이런 말을 덧붙였다.
“어제 대표님을 만났다고 하시던데요.”
이 시점에서 곽민재가 만난 여성은 단 한 명뿐이었기에 비서는 거의 노골적으로 신분을 드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