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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유치원 문 앞, 수많은 학부모들 앞에서 나는 친아들에게 그의 엄마라는 사실을 연이어 부정당했고, 배지욱은 홍시연이 자신의 엄마라고 계속해 강조했다. 내 마음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애써 배지욱이 아직 어려서, 그런 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몰라서 그러는 거라고 자신을 달랬다. “배지욱! 마지막으로 딱 한 번 더 기회를 줄게. 날 제대로 봐봐. 그리고 냉정하게 잘 생각해 봐. 나랑 저 여자 사이에서 대체 누굴 골라야 할지.” 다들 배지욱을 바라보았다. 배지욱은 홍시연의 등 뒤에 숨어서 그녀의 등에 이마를 붙인 채 말했다. “당연히 우리 엄마를 선택해야죠.” 배지욱이 말을 마치자마자 홍시연은 이상한 사람을 보듯 나를 바라보며 아이를 안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 “미친 사람이네.” 나는 당연히 홍시연을 보내줄 수 없었다. 나는 황급히 두 사람을 따라잡아 그들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막아섰다. 나는 이성을 잃고 말했다. “저는 제 아이를 데려와야 해요. 막지 마세요!” 사람들은 수군대면서 나를 욕했다. “요즘 인신매매범들 수법도 참 많이 발전했네요. 이제는 자기가 엄마라고 우기기까지 하다니.” “그러게요. 저 다급해 보이는 표정 좀 봐요.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진짜 아이 엄마라고 생각했겠어요.” “그러니까요.” “앞으로 다들 조심하자고요!” “...” 사람들의 혐오 가득한 시선이 내게 닿았다. 나는 그들에게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필사적으로 배지욱을 따라가려고 했다. 그러나 내가 어디로 가든 사람들이 따라와서 나를 막아섰고 결국 경찰까지 도착했다. 이때 홍시연은 이미 내 시야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경찰이 도착하자 나를 가로막고 있던 사람들도 물러났다. 정의로운 시민은 경찰 앞으로 달려가서 일렀다. “경찰 아저씨, 요즘 인신매매범들 정말 대담해요. 유치원 앞까지 찾아와서 남의 아이를 보고 자기 아이라고 우긴다니까요. 게다가 엄마가 아이를 안고 떠났는데 계속 따라가려고 했어요. 우리가 막지 않았더라면 진짜 아이 엄마에게서 아이를 빼앗았을지도 몰라요!” “...” 아이를 데리러 직접 유치원까지 찾아왔는데 홍시연이 내 앞에서 내 아이를 데리고 떠날 줄은 몰랐다.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경찰은 내 앞으로 걸어와서 말했다. “선생님을 인신매매범으로 신고한 사람이 있습니다. 저희랑 같이 경찰서에 한 번 가주셔야겠어요.” 어차피 홍시연과 배지욱을 따라잡기엔 늦었다. 나는 결국 경찰 조사에 협조하러 갔다. “네.” ... 경찰서에 도착한 뒤 내 신원을 확인한 경찰은 이내 배현민이 내 남편이고 배지욱이 내 아들이라는 걸 알아냈다. 경찰은 이러한 결과를 예상치 못한 것인지 곧바로 내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오해했네요...” “사실 여러분들과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저도 생각지 못했거든요...” 내 아이가, 내 배 아파서 낳아 정성껏 키운 아이가... 유치원 앞에서 다른 여자를 엄마라고 부르며 그 여자를 따라갔으니 말이다. 경찰들은 내가 우는 걸 보더니 황급히 나를 위로했다. “아직 아이라 철이 없어서 그런가 봐요.” 경찰들은 그렇게 얘기한 뒤 어떻게 더 위로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철없는 아이들은 그들도 수없이 만나봤었지만 배지욱처럼 엄마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는 아이는 처음 보았다. 나는 넋이 반쯤 나간 상태로 경찰서를 떠나려고 했고, 경찰들은 내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자 내게 다가와서 물었다. “저희가 모셔다드릴까요?” “괜찮아요.” ... 나는 홍시연의 집이 어딘지 몰랐기에 배지욱을 데려오려면 반드시 배현민에게 물어야 했다. 그리고 배현민에게 유치원 선생님이 왜 나는 알지 못하는데 홍시연은 알고 있는지 물을 것이다. 배현민의 회사는 경찰서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고 차를 타면 고작 10분 거리였다. 나는 택시에 탄 뒤 택시 기사님에게 배현민의 회사 주소를 얘기했고 그 뒤로 조용히 뒷좌석에 앉아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10분 동안 차를 타고 가면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욱 괴로워졌고, 어렵게 그쳤던 눈물이 다시금 흘러내렸다. 배지욱은 홍시연이 그렇게나 좋은 걸까? 얼마나 좋으면 친엄마인 나까지 버리려고 하는 걸까? 배현민의 회사에 도착한 뒤 나는 곧장 배현민의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안에서 사람들이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게 들렸다. “여지안 씨는 나이도 들고 못생겼잖아. 진짜 아줌마가 다 됐어. 성격 좋고 너를 사랑한다는 점 빼고는 정말 너랑 어울리지 않아. 네가 훨씬 아까워.” “맞아. 홍시연 좀 봐. 여지안 씨랑 또래인데 지금도 20대 초반 같잖아.” “성격도 그래. 여지안 씨는 매일 집에만 있고 머릿속에 집안일밖에 없어서 재미 없지?” “하지만 홍시연은 다르지. 활기차고 대범하고 또 삶에 열정이 있잖아.” “내가 너였잖아? 그러면 여지안 씨랑 이혼하고 홍시연이랑 만났어.”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배현민의 친구들은 여태 나를 그렇게 생각했던 걸까? 누군가 배현민의 앞으로 다가가서 물은 듯했다. “현민아, 대체 어떻게 할 생각이야?” “너 홍시연 좋아하는 거 아니면 우리가 채간다.” 그들의 말투에서 기대감이 느껴졌다. 홍시연은 이혼한 적이 있고 아이까지 두었는데도 여전히 매력적인 듯했다. “하.” 다들 조용해졌다. 그들은 배현민의 대답을 기다렸다. 배현민은 아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지안이랑 이혼하지 않고 계속 살고 있는 이유는 홍시연이 그때 날 버렸기 때문이야. 하지만 지안이는 나를 사랑해서 날 위해 이 먼 도시까지 와주었고, 내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내게 희망이 되어주었어. 내게 지안이는 수렁에 빠졌을 때 지푸라기가 되어준 존재고, 어둠 속에서 홀로 걷고 있을 때 한 줄기 빛이 되어준 사람이야. 나는 진심으로 지안이에게 감사해. 솔직히 홍시연이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지안이랑 평생을 함께할 거라고 생각했어.” 사무실 안은 매우 조용했다. 심지어 사무실 안에 앉아 있는 자들의 숨소리까지 들렸다. 그러니까 배현민이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이유는 나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배현민이 홍시연에게 버림받았을 때 내가 마침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만신창이가 된 마음에 또 새로운 상처가 생겼다. 배현민의 말에 깊이 상처 받은 나는 괴로워서 정신을 놓을 것만 같았다. “그거 알아?” 배현민의 목소리는 매우 이성적이었고 또 차가웠다. “나는 시간이 많이 흐르면 홍시연을 잊을 수 있을 줄 알았어. 내가 홍시연을 진짜 많이 사랑한 건 맞아. 그래서 결혼 전에 홍시연한테 편지까지 보내면서 제발 나랑 다시 시작하자고 했었지. 하지만 홍시연은 나를 거절했어. 그럼에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홍시연에게 연락했었어... 그때 홍시연이 한마디만 했으면 나는 바로 결혼식을 취소했을 거야.” “홍시연이 다시 돌아와서 내 앞에 나타났을 때, 나는 내가 아직도 시연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어.” 배현민의 말을 듣는 순간,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결혼한 지 오래되었음에도, 오랫동안 그를 위해 묵묵히 헌신했음에도 배현민이 사랑하는 사람은 여전히 홍시연이었다. 지나간 일들을 마음속에 묻어둔다면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황급히 눈물을 닦았다. 누군가 물었다. “그렇다면 왜 여지안 씨랑 이혼하지 않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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