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마주 앉아 있었고 에밀리는 레스더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수컷이 암컷을 오래 바라보면 무례한 것이지만 암컷이 수컷을 바라보는 것은 좋아한다는 의미였다.
레스더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에밀리 아가씨, 뭐 드시겠어요?”
에밀리는 턱을 괸 채 레스더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대답했다.
“대령님이 시키는 거라면 뭐든 좋아요.”
성지우와 함께 있을 때의 레스더는 무엇이든 스스로 깨우치며 맞춰 나갔지만 에밀리 앞에서는 어김없이 예전의 차가운 얼굴을 드러냈다.
“저는 오는 길에 이미 커피를 마셔서요. 에밀리 아가씨가 주문하시죠.”
레스더는 에밀리 앞으로 메뉴판을 건넸다. 그러나 에밀리는 메뉴판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레스더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사실은 오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가문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 나왔죠. 그런데 막상 와보니 꽤 제 스타일이네요. 당신, 마음에 드니까 제 파트너로 삼으려 해요.”
레스더는 냉소를 띠며 대꾸했다.
“하지만 아가씨는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
“당신...”
에밀리는 순간 화가 났지만 곧 가문의 명령을 떠올리며 표정을 부드럽게 바꿨다.
“저를 맘에 들어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제가 좋아하면 되니까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아무렇지 않게 옆에 대고 하고 있던 사람에게 말했다.
“가문에 전해줘. 이번 맞선 상대, 아주 마음에 든다고.”
에밀리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며 레스더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가문의 영광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교육받았고 가문의 명령은 절대 거역할 수 없는 것이었다. 레스더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가문의 명령을 거부한 적이 없었다.
카를은 대령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처음에 카를은 점심시간에 성지우를 찾아가는 대령의 모습을 보며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성지우의 정원에서 오랫동안 머물다 구겨진 셔츠를 다듬으며 나오는 모습을 보고 카를은 대령이 드디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시점에 가문에서 맞선을 주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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