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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그때 시스템이 말을 걸어왔다. [지우 님, 임신 축하드립니다. 아이 아빠의 이능력은 SSS급으로 아이를 무사히 출산할 확률은 10%입니다. 출산이 어려운 아이일수록 포인트를 더 많이 받게 되니 아이를 잘 보호해주세요.] ‘그런 건 좀 빨리 말해 달라고!’ 성지우는 이를 꽉 깨물며 화를 가라앉히고는 이내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니요. 아이는 낳을 겁니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레스더가 천천히 그녀 쪽으로 걸어왔다. “다시 한번 말해보세요.” 엄청난 위압감에 성지우는 침을 한번 꼴깍 삼켰다. “아이를 낳을 거라고요. 이미 생겨버린 생명인데 어떻게 지워요.”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 줄 알고...” 레스더는 못마땅한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다시금 최대한 차분한 말투로 그녀를 설득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세요. 반려도 없이 아이를 혼자 키우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행위입니다.” “그건 낳고 난 뒤에 생각해도 되는 문제잖아요.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제가 감당해요.” 레스더는 성지우의 단호한 눈빛을 빤히 바라보다 한참 뒤에야 알겠다며 그렇게 하라고 했다. 어차피 눈앞에 있는 여자는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고 있고 배 속의 아이도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 줄 모르고 있으며 테온도 자신에게 아이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눈치였기에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레스더가 해야 하는 건 성지우를 보호하는 것으로 특히 그녀가 임신했다는 사실만큼은 절대 반란자들 귀에 들어가지 않게 만들어야 했다. 병원을 떠나기 전, 레스더는 원장에게 오늘 있었던 일은 무덤까지 가지고 갈 것을 요구했다. ... 성지우는 비행차에 앉아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너무 예쁘고 아름다운 광경이었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서 그런지 조금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불과 이틀 만에 그녀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그리고 아마 높은 확률로 앞으로도 놀라운 일의 연속일 게 틀림없었다. “마셔요.” 레스더가 따뜻한 물을 건네왔다. “감사합니다.” 성지우는 살짝 입만 축이고 다시 물을 내려놓았다. “상부에는 당분간 우리 집에 수감하는 거로 신청해뒀으니 출산할 때까지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고 편히 우리 집에 있어요.” 성지우는 레스더가 이렇게까지 해줄 줄은 몰랐는지 조금 놀란 눈빛으로 물었다. “정말요? 정말 그래도 돼요?” “네, 경고성 수감이라 어차피 보름 정도면 다시 풀려날 거였습니다. 흉악한 범죄자가 아닌 이상 대부분은 신청이 통과 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레스더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당신은 지금 아무런 신분도 없는 사람이기에 웬만해서는 저택에서 나가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경찰에게 잡히면 그때는 신원이 불분명한 자로 분류되어 암컷 수용소에 들어가게 될 테니까요.” 성지우는 그 말에 기겁하며 얌전히 저택에만 있겠다고 했다. 잠시 후, 두 사람을 태운 비행차가 성지우의 방 바로 앞에 세워졌다. 차에서 내린 후 인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앳된 목소리와 함께 웬 소년 한 명이 나타났다. “형!” 소년은 활짝 웃으며 그대로 레스더의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라우엘, 손님 앞에서 지금 뭐 하는 짓이지? 당장 내려와!” 레스더가 엄한 목소리로 혼을 내자 라우엘이라는 소년이 금방 눈치를 보며 스르르 내려갔다. “미안해. 손님이 있는 줄 몰랐어.” 라우엘은 그렇게 말하고는 곧바로 성지우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예의 바른 아이의 태도에 성지우는 미소를 지었다. “서재로 가서 기다려.” “응.” 레스더는 동생을 보내고 난 뒤 곧바로 성지우에게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동생이 철이 없어서 실례했습니다.” 성지우는 실례라는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실례라면 남의 집에 얹혀사는 그녀 쪽이 더 실례였다. ‘그런데 이 남자는 무슨 사과할 때도 이렇게 각 잡고 해? 딱딱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또 멋있네...’ [지우 님, 아이 아빠를 놔두고 다른 남자를 보며 침 흘리는 거 아니에요.] ‘시끄러워. 입 닫아.’ [알겠습니다...] “실례는요. 저 동생분 같은 성격의 애들 좋아해요. 그럼 일보세요. 저는 이만 들어가 쉴게요.” “네.” 레스더는 그녀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것까지 확인하고서야 발걸음을 돌렸다. 1분 후, 서재로 들어온 그는 문을 쾅 소리 나게 닫으며 물었다. “여긴 왜 왔어?” 라우엘은 사무적인 형의 태도에 후다닥 의자에서 일어났다. “중요하게 보고할 게 있어서 왔어.” “말해.” 레스더는 의자에 앉으며 쓸데없는 얘기였다가는 이대로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겠다는 눈빛으로 라우엘을 바라보았다. “형 말대로 황제가 몰래 우리 가문을 감시하고 있었어. 정말 우리 가문을 견제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라우엘은 레스더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 아무런 반응도 없어? 형은 걱정도 안 돼? 황제의 견제를 받으면 조만간 작은 것부터 억압을 받기 시작할 거야.” 레스더는 잘 정리되어 있는 군사 문서를 보며 태연한 목소리로 답했다. “우리 볼찬 가가 몇천 년 동안 명예를 쌓아온 것과 더불어 시민들의 압도적인 신임까지 받고 있으니 황제가 견제하려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걱정해서 문제가 해결되면 진작 했어.” “내 말은 뭐라도 대책을 세우자는 거지. 황제가 견제한다는 게 수면 위로 드러나면 줄곧 호시탐탐 우리 가문을 노리던 놈들이 이제는 대놓고 꼬투리를 잡으려 들 거야. 형은 모르겠지만 근래 아버지가 다른 가문에서 던진 불씨를 끈다고 밤에 눈도 못 붙이셔. 볼찬 가가 시민에게 위해를 가하는 병사에게 제대로 된 벌을 주지 않았다느니 볼찬 가가 운영하는 기업이 불량품을 팔고 있다느니... 옆에서 보는데 나까지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라니까?” 레스더는 문서를 내려놓고 라우엘을 슬쩍 바라보았다. 그러자 라우엘이 흠칫하며 금방 머리를 숙였다. “네가 말 안 해도 알아.” 황제가 볼찬 가를 견제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예전부터 줄곧 은밀한 루트로 가문을 억압하려 들었다. 만약 지금 시점에서 볼찬 가에 큰 잘못이 하나 터지면 그때는 아마 눈에 쌍심지를 켜고 볼찬 가 전체를 제거하려 들것이다. 레스더가 SSS+급의 이능력을 가지고도 여태 승진 없이 대령 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도 다 황제가 볼찬 가를 견제해서였다. 레스더의 아버지가 제국 내 요직에 앉아있는 이 상황에 그 아들인 레스더까지 마음껏 활개 치게 내버려 두면 황제의 컨트롤은 점점 더 약해질 것이고 어쩌면 볼찬 가가 황실을 집어삼키는 최악의 상황까지 보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형...” “이 얘기는 여기까지. 이제는 네 얘기나 좀 해봐. 성적이 꽤 좋다고 하던데.” 라우엘은 성적 얘기에 눈을 반짝이며 재잘거렸다. “안 그래도 말하려고 했는데 아직 SSS급에 달한 건 아니지만 SS+급까지는 도달했어. 아마 조만간 SSS급에 도달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필기 성적은 당연히 올 A로 학교에서 제일 높은 성적이야. 지금은 학교에서 우주 전함 구조에 관해 배우고 있어. 아마 6개월 정도만 더 있으면 실제 조작도 가능할 것 같아.” “잘했네.” 흔치 않은 레스더의 칭찬이었지만 라우엘은 그다지 기뻐하지 않았다. “하지만 형은 내 나이 때 이미 소형 우주 전함을 몰수 있었잖아. 게다가 무기도 능숙하게 잘 다뤘고. 형에 비하면 나는 아직 멀었지 뭐.” “성급함은 금물이야. 다른 누구와도 비교하지 말고 네 속도대로 가.” 형제이기는 하지만 레스더는 여러 방면에서 라우엘보다 뛰어났다. 라우엘도 그걸 잘 알고 있고 말이다. 늘 비교하지 말라고 스스로 다짐은 하지만 하필이면 상대가 형이라 자꾸 멋대로 비교하게 되었다. ‘형 말대로 나는 나만의 속도로 가는 거야. 급해 하지 말자!’ 라우엘은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레스더를 바라보았다. “형, 아까 그 여자 누구야? 혹시... 내 미래 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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