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화
성지우라는 이름을 다시 듣자 레스더의 미간이 미세하게 찡그려졌다. 그는 이 이름을 애써 잊으려 노력해 왔다. 경찰서에서 그녀의 이름을 서명할 때도 그녀를 다시 마주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그 여자와 저는 이제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이이니 직접 연락해 보세요.”
짧게 말한 뒤, 레스더는 전화를 끊었다.
세이로 병원 원장은 두 사람이 그저 싸웠다고만 짐작했다. 하지만 대령이 있는 한 성지우에게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전화를 내려놓았다.
전화를 끊은 레스더는 마치 모든 힘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자리에 앉았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쉽지만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 일은 훨씬 더 어려웠다.
“성지우... 전 아직도 당신을 잊지 못하고 있어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는 무심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볼잔 가문의 휘장을 발견했다.
외부인이 본다면 깜짝 놀랄 이 휘장은 그의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볼잔 가문의 다른 구성원들이 목숨처럼 꿈꾸던 상징이었다.
하지만 성지우는 떠나기 전, 이 휘장을 아무 미련 없이 방에 두고 갔다.
그는 성지우에게 사랑 말고 다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권력도 부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레스더는 텅 빈 휘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녀에게 줄 수 있었던 것이 사랑이 아니라 결국 돈과 권력뿐이었음을 새삼 실감했다.
그는 한 번도 어떤 문제 앞에서 망설여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감정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이 진동을 울렸다. 가족으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내일 에밀리와 함께 웨딩드레스 촬영을 하러 가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퍼 가문과의 혼약은 이미 최종 조율이 끝났다고 했다.
가고 싶지 않았지만, 거절할 수는 없었다.
다음 날 아침, 구혁은 서둘러 성지우를 깨우고 싶었다. 그는 털이 복슬복슬한 늑대 꼬리로 성지우의 얼굴을 간질였다. 오늘은 이 바보 같은 암컷을 제대로 혼내줄 차례였다.
“아추!”
성지우는 재채기하며 겨우 눈을 떴지만 이내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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