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제국의 가장 번화한 지역에 있긴 한데 제가 힐턴의 길을 잘 몰라서 정확한 주소를 말할 수가 없네요.”
구혁은 욕먹을 줄 알았다. 첫 임무를 아직도 완수하지 못했으니 제대로 된 스파이가 못 되었다.
“길을 안내해라.”
구혁은 테온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조용히 명령에 따랐다.
...
침대에 누운 성지우는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성초아가 깊이 잠든 것을 보고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는 검둥이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에도 그녀에게 살갑게 다가오지 않았기에 어느 구석에서 자는 줄 알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성초아를 생각해서 집 냉장고에는 술이 한 병도 없었다. 그녀는 음료수 한 병을 꺼내 거실에 앉아 마시기 시작했다.
아직도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한 잠자고 일어나니 부모님이 계셨던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눈을 뜰 때마다 각종 수인이 그녀에게 이것이 꿈이 아님을 증명해 주었다.
그녀는 커튼을 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화장실에 갈 때 창밖의 불빛을 이용할 수 있기에, 거실의 불을 켜지 않아도 되었고 갑작스러운 조명에 눈이 따갑지 않아도 되었다.
문득 창밖으로 검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성지우는 잘못 보았나 생각했지만, 이 별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생각에 침대 옆으로 다가가 상황을 확인했다.
밖에 네온등이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그녀는 건물 아래에 사람이 서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보였다. 수인의 야간 시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그녀는 66층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성지우는 창문을 닫고 다시 거실로 돌아와 앉아 있었다.
레스더는 고개를 들어 그토록 그리던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진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냥 멀리서 바라보고 싶었을 뿐인데 막상 들키니 당황해서 바로 땅에 착륙하고 말았다.
곧이어 그는 수백 미터 떨어진 다른 건물의 꼭대기로 이동해 그녀를 계속 바라보았다. 이렇게 멀리서 조용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몸도 안 좋으면서 왜 차가운 음료를 마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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