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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무슨 헛소리야...!’ 성지우는 시스템에게 한소리하고는 레스더를 힐끔 바라보았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위도 있고 돈도 있고 무엇보다 너무 잘생겼으니까. 성지우는 괜스레 얼굴이 뜨거워지는 느낌에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 “어디 아픕니까? 얼굴이 빨간데.” 레스더의 말에 그녀는 한층 더 창피해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화,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그래요.” 성지우는 화장실 거울에 비친 빨개지다 못해 터질 것 같은 자신의 얼굴을 보며 찬물로 연신 열을 식혔다. “제발... 빨리 가라앉으라고.” 하지만 조금 전 일을 떠올리자 또다시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아이, 진짜!” 잠시 후. 성지우는 얼굴을 원래대로 되돌린 뒤에야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아보니 어느새 케이크가 절반이나 사라져 있었다. “아, 미안합니다. 너무 맛있어서 그만...” 레스더가 어색하게 손을 움찔거리며 말했다. “괜찮아요. 케이크가 입맛에 맞으신 것 같은데 내일부터 매일매일 서재로 가져다드리라고 할게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레스더는 말을 마친 후 그녀의 배를 바라보았다. “출산 예정일까지 얼마나 남았죠?” “이번 달 말이래요.” “그렇군요. 그럼 일이 아직 남아있어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편히 쉬세요.” “네, 잘 가요.” 서재. 부관인 카를이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레스더에게 물었다. “왜 저분께 이제는 범죄자 신분이 아니라는 얘기를 안 해주십니까?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데.” “시끄러워.” 레스더는 카를을 내보낸 후 서랍 안에서 서류 하나를 꺼내 들었다. 서류 안에는 연방의 인장이 찍힌 사면장 하나가 들어있었다. “그러게... 왜 얘기를 안 해줬지?” 사실 레스더 스스로도 자신이 이걸 왜 그녀에게 전해주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몰랐다. 왜 그녀를 저택에 계속 머무르게 하고 싶은지. 정말 그저 단순히 그녀가 임신한 아이가 반란자 연맹의 테온의 아이라서인 건가? ... 성지우는 라우엘이 무사하다는 얘기를 들은 뒤로 거의 매일같이 레스더의 서재로 디저트를 보냈다. 레스더가 그걸 먹을지 말지는 알 바 아니었다. 그녀의 성의를 어떻게 받을지는 레스더의 몫이었으니까. 일주일 후. 라우엘은 무사히 퇴원하자마자 성지우를 보러 저택에 찾아왔다. 성지우는 라우엘이 자신을 제일 먼저 찾았다는 것에 매우 감동한 얼굴이었다. 아픈 와중에도 자신을 생각해줬다는 증거였으니까. 대신 안 좋은 소식도 함께 가지고 왔는데 그건 바로 라우엘이 이제는 본가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방학이라는 시간을 이용해서 여기로 온 거라 돌아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누나, 잘 있어. 건강하고. 아... 진짜 가기 싫다.” 성지우는 라우엘의 어깨를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 “왜 울려고 해. 우리가 다시는 못 만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나 이제 휴대폰 있어서 연락도 자주 할 수 있잖아.” “그러네? 내가 왜 그걸 잊고 있었지? 헤헤. 그럼 누나, 이따 나 갈 때 교외까지 배웅해주면 안 돼? 이대로 떨어지고 싶지 않아.” “그래, 알았어.” 성지우는 흔쾌히 알겠다고 하며 가는 길에 먹을 수 있는 디저트도 몇 개 싸주었다. 레스더는 일 때문에 배웅하러 오지 못했다. 성지우는 볼찬 가의 우주 전함이 세워져 있는 교외로 가 약속대로 라우엘이 전함에 타는 것까지 지켜보았다. 역시 부잣집 도련님이라 그런지 데리러 온 우주 전함도 상당히 컸다. 볼찬 가가 황위를 위협할 정도의 권위를 가지고 있다는 게 농담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근데 이러면 황실 쪽에서 엄청 불안해하지 않나? 나라면 언제 볼찬 가문이 이런 우주 전함을 몰고 내 침실로 쳐들어올까 엄청 조마조마할 것 같은데?’ “아가씨, 교외는 바람이 세서 빨리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도우미의 말에 성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형 비행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시동이 걸리고 이제 막 출발한 지 5초도 안 돼 갑자기 요란한 경보음이 들렸다. 레이더에 웬 비행차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이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부딪쳤다가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조종사는 진땀을 빼며 최대한 속도를 올렸다. “아가씨, 꽉 잡으세요. 지금부터 속도를 올릴 겁니다.” 성지우는 지난번 사육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라 급 불안해지고 초조해졌다. 심지어 배까지 살살 아파 나기 시작했다. “나... 나 배가 아파요.” “네? 설마 출산 시기가 앞당겨진 건가?” 도우미가 당황한 얼굴로 안절부절못했다. “아가씨, 조금만 참으세요. 저택까지 얼마 안 남았어요!” “윽... 네.” “침대에 편히 누우시면 조금은 편해지실 거예요.” 성지우가 불안해하는 만큼 태동도 더 선명해졌고 당장이라도 나올 것처럼 꿈틀거렸다. “지금 당장 대령님께 연락 드릴게요!” 도우미는 전화를 걸기 위해 비행차 안에 구비된 통신기기를 집어 들었다가 하늘 위라 전파가 잘 터지지 않는 것을 보고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때 조종실 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고개를 돌려보니 조종사의 머리가 완전히 날아가 있는 것이 보였고 그 앞에는 담배를 입에 문 한 남자가 보였다. 남자의 서슬 퍼런 시선과 압도하듯 다가오는 이능력에 도우미는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거의 기어가다시피 해서 성지우에게 다가갔다. “아가씨, 웬 남자가 조종사를 죽여버렸어요. 전파도 통하지 않고... 이제 어떡하죠?” 도우미는 이미 패닉에 빠져버렸다. “대령님께서 아가씨를 잘 보필하라고 했는데 죄송해요... 저한테는 저 남자에 맞설 이능력이 없어요...” 성지우는 침대에 누운 채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대로 포기하라고? 난 못해!’ 그녀는 살기 위해 시스템을 불렀다. ‘시스템! 시스템!’ [네, 지우 님. 저 여기 있어요.] ‘지금 당장 우리 둘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줘! 이대로 가다가는 죽고 말 거야!’ [지우 님, 바깥에 있는 저분은 아이 아버지세요. 애교나 감정에 호소하면 봐줄지도 몰라요.] 시스템은 이 말을 끝으로 다시 사라지고 말았다. ‘이 망할 시스템은 하여튼 도움이 됐던 적이 없어!’ 성지우는 그날 밤 미친 듯이 자신을 몰아붙였던 남자의 얼굴만 떠올리면 가슴이 쿵쿵 뛰고 얼굴에 핏기가 다 가셨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죽는 것밖에 안 되기에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그때 문이 뜯기는 소리와 함께 남자 한 명이 무서운 기세로 다가왔다. 성지우는 전보다 더 무서워진 남자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입술이 덜덜 떨었다. 도우미는 이미 그의 부하의 손에 잡힌 지 오래였다. 테온은 새끼 토끼처럼 바들바들 떠는 성지우를 보며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수명이 길어지니 기분이 어때? 킬러가 다시 돌아갔을 때 살았다고 안심했을 거야, 그치? 하지만 그 운도 오늘로써 끝이야.” 성지우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자신의 허벅지를 꽉 꼬집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손 떨림이 멈췄다. 그녀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머리맡에 숨겨둔 칼 한 자루를 꺼내 들어 자신의 배에 가져다 댔다. “오, 오지 마! 나한테 더 가까이 다가오면 그때는 네 아이 죽여버릴 거야!” 테온은 같잖은 협박에 우습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멍청한 암컷 같으니라고. SSS급인 나한테 아이가 생길 리가 없잖아.” 그의 뒤에 서 있던 부하들도 그녀의 말에 입꼬리를 위로 올리며 한껏 비웃었다. “그래? 근데 이걸 어쩌지? 저번에 검사했을 때 내가 생식 능력이 SSS+급으로 나왔거든. SSS+급인데 설마 SSS급의 아이를 못 가지겠어?” “뭐라고?” 테온의 얼굴에 걸려 있던 웃음기가 확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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