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화
그는 문에 기대 자신을 등지고 물을 마시는 성지우를 쳐다봤다.
“뭐 이럴 필요까지 있냐? 독약도 아니고 뭐 좀 마시게 했을 뿐인데. 넌 이제 내 약혼녀야. 결혼도 하기 전에 와이프 죽었단 소리는 나도 듣고 싶지 않거든.”
‘저걸 말이라고!’
성지우가 속으로 구시렁댔다.
그녀가 물을 마시면서 두 볼이 빨개지자 테온은 그 모습이 나름 귀여웠다. 새하얀 피부에 살짝 달아오른 홍조기, 손목에는 그에게 긁힌 자국까지 났다. 세게 힘준 것도 아닌데 참 연약한 여자였다.
시스템에게 약효가 나타났다는 답변을 듣고 나서야 성지우는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일러서 시스템에 이능력 사용권을 제대로 확인했는지 재차 물었다.
이어서 컵을 내려놓고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목적 달성했으니 이만 가봐도 돼.“
그녀는 진작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뭐? 테온이 천천히 다가와 그녀의 머릿결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어쩐지 아빠가 한사코 너랑 결혼하라고 부추기더라니. 드디어 아빠 마음이 이해돼. 넌 꽤 똑똑한 여자야. 결혼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
그는 마치 펫을 쓰다듬듯 성지우를 쓰다듬었다.
‘뭐라고?’
그녀 마음속의 사이렌이 울렸다.
“그럴 필욘 없어. 끝까지 네 뜻 굽히지 마. 절대 나랑 결혼하면 안 돼. 내가 가당치 않잖아.”
“참나, 다른 애들은 나랑 결혼하지 못해서 안달인데, 겨우 내 와이프가 될 자격을 줬더니 감히 거절해?”
“뭐 이렇게 일방적이야? 누가 원한대? 애초에 나랑 절대 결혼 안 하겠다고 한 건 너야. 치사하게 번복하지 마라.”
“오케이, 잘 들어 암컷! 오늘 네가 한 말 평생 잊지 마. 앞으로 나한테 결혼해달라고 빌지나 마!”
테온이 화나서 자리를 떠났고 성지우도 좀처럼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렇게 결혼 안 하겠다고 난리 치더니 왜 갑자기 변한 걸까? 그녀는 요즘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결혼하겠다는 이 남자의 마음을 돌려세워야 한다.
그의 마지노선을 건드리는 건 생명의 위협을 받을 테니 시도하긴 어렵고... 그렇다면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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