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1화
용제하는 담담하게 곁눈질로 그녀를 훑었다.
“점심에 무슨 일 있어?”
남소이는 허이설의 팔짱을 끼며 대꾸했다.
“내가 무슨 일이 있겠어, 얘랑 밥 먹어야지.”
남소이는 일부러 그러는 참이었다. 예전에 용제하가 자꾸 엄형수 이야기 들먹이며 자신을 협박했던 게 꽤 괘씸했던 터였다.
그녀는 허이설의 곁에 딱 붙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자리를 잡을 때도 남소이는 허이설 옆에 딱 붙어 앉았다.
덕분에 허이설은 도리어 잘됐다 싶었다. 용제하와 단둘이 있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세 사람은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허이설과 남소이가 나란히 한쪽에 앉고 용제하는 허이설의 맞은편에 자리했다.
그때, 허이설은 식당에 들어서는 엄형수를 발견했다. 그는 혼자였다.
엄형수의 시선이 허이설 쪽으로 닿았지만 그는 허이설에게 눈짓만 보낼 뿐이었다. 빈자리가 있었지만 그는 이쪽으로 오지 않았다.
허이설은 저도 모르게 남소이를 힐끗 살폈다.
남소이는 허이설의 조장이었고 함께 지내면서 허이설은 남소이가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지난번에 놓았다고 말한 이후로는 정말로 마음을 정리한 듯, 엄형수의 소식에 더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저렇게 태연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그때, 길고 잘생긴 손이 복숭아를 불쑥 내밀었다.
복숭아는 식당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허이설은 방금 용제하가 복숭아를 하나 집어 드는 것을 보았기에 그가 먹으리라 생각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용제하는 방금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칼을 깨끗이 닦아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참이었다.
허이설은 식판의 빈 공간에 놓인, 막 껍질을 벗긴 복숭아를 가만히 응시했다. 달콤한 냄새가 은은하게 풍겼다.
식사를 마친 뒤에도 그 복숭아는 여전히 식판 위에 온전하게 놓여 있었다. 산화로 인해 겉면에 옅은 노란빛이 감돌았다.
용제하는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는 복숭아를 흘긋 바라보고는 가볍게 시선을 거두었다. 식사를 마친 허이설은 식판을 들고 일어섰고 그 복숭아는 남은 반찬과 함께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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