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2화
허이설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휴지를 그에게 건넸다. 용제하는 받지 않고 미간을 찌푸리며 허이설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그랬지?”
허이설은 말문이 막혔지만 이내 답했다.
“내가 어떻게 일부러 그랬겠어, 실수지.”
용제하는 상체를 앞으로 살짝 숙여 잘생긴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그는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네가 닦아.”
“휴지 줬잖아, 직접 닦으면 안 돼?”
허이설은 손에 든 휴지를 앞으로 한 번 더 내밀었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휴지를 받기는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허이설은 속으로 난감함을 느끼며 휴지를 꽉 쥐었다.
“그럼 닦지 마.”
어쨌든 그녀는 닦아줄 생각이 없었다.
용제하는 정말 허이설의 말대로 휴지를 집어 닦지도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고 그때 용제하는 불현듯 재채기를 했다.
허이설은 고개를 들어 시선을 용제하 뒤에 있는 고양이에게 잠시 옮겼다.
“의사 선생님이 고양이들 가까이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런데도 그는 목숨이라도 내던질 것처럼 굴었다. 허이설이 듣기로는 그날 의사의 경고를 들은 후로도 벌써 몇 번이나 여기에 왔다고 했다. 거의 매일 들락거리는 모양이었다.
“그야 좋아하니까.”
그는 허이설을 응시하며 다소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이러면 안 되지. 약을 먹는다고 해도 몸이 알레르기 반응에 자극받으면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어...”
“죽게 되더라도 상관없어.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니까.”
그는 허이설의 말을 이어받으며 허이설을 바라보는 눈빛에 약간의 감정 변화를 드러냈다.
“고작 휴지 주고 나를 설득하려고 내려온 거야?”
그의 목소리는 덤덤했고 밤바람 속에서 더 깊게 가라앉았다.
곁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허이설은 옆으로 비켜서서 가로수 쪽, 자갈길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분명 내려오라고 부른 거잖아.”
“맞아, 내가 불렀지. 네 감자칩이 나한테 떨어졌으니까. 그런데 내가 방금 닦아달라고 했을 때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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