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전화를 끊은 후 용제하는 손에 든 데이터를 계속 계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이 울리며 문자가 몇 개 떴다. 그는 계산을 마친 후 문자를 확인했다. 허이설:[내일 오전에 일이 있어서 못 갈 수도 있어. 오후엔 꼭 갈게.] 용제하의 얼굴이 더 굳어졌다. ‘지금 나 바람맞힌 거야?’ 용제하:[알았어.] 문자를 보낸 뒤 김경숙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갈게요. 주소 보내주세요.] 그러고는 휴대폰을 옆에 덮어버렸다. ‘누군 머 바쁜 일이 없는 줄 아나...’ 이른 아침 휴대폰이 부르르 진동했다. 미니멀한 스타일의 침실, 큰 침대 위의 이불이 바닥으로 반쯤 흘러내렸고 하얀 이불 사이로 길고 뼈마디가 두드러진 손이 자연스레 구부러져 있었다. 휴대폰이 다시 진동하자 짜증 섞인 숨소리와 함께 휴대폰을 잡았다. 다른 손으로는 이불을 살짝 누르고 있었는데 놀라울 정도로 차가운 얼굴이 드러났다. 휴대폰은 여전히 끊임없이 진동했다. 용제하가 미간을 찌푸리며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는 잠이 덜 깬 듯 조금 갈라져 있었다. “무슨 일이야?” 문상준의 호들갑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추다희 엄마가 오늘 아침 비행기로 귀국했어. 추다희네 집 주소 알아냈어?” 그 말에 용제하는 잠시 멈칫했다. 휴대폰을 귀에 댄 채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다시 잠들 것처럼 눈을 감았다. 용제하가 얇은 입술을 움직였다. “몇 번 떠봤는데 얘기 안 하더라고.” “그럼 어쩌지? 걔 엄마가 여기 얼마나 있을지도 모르고...” 잠시 침묵하던 용제하가 입을 열었다. “알았어. 끊어.” 휴대폰을 놓고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을 훑어봤다. 투명한 유리 너머 도시 전체가 아침 안개에 휩싸여 있었고 건물들도 희미하게만 보였다. 서랍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천천히 피웠다. 준수한 이목구비가 연기 속에서 아른거렸다. 그는 휴대폰을 들어 추다희에게 전화했다. 그녀의 목소리에 놀라움이 묻어 있었다. 용제하가 이렇게 이른 시간에 먼저 전화한 적이 없었으니까. “무슨 일로 이렇게 일찍 전화했어?” 그녀의 목소리는 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