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그나저나 용제하가 데려온 여자는 누구지?”
명정화가 미간을 찌푸렸다.
“여자친구가 있다면 사모님이 저렇게 급하게 움직이지도 않았을 텐데. 아니면 여자친구 출신이 별로인가?”
허이설은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우리 학교 추다희일 거예요.”
명정화가 놀란 눈으로 허이설을 쳐다봤다.
“전에는 용제하를 모르는 척하더니 이제 들통났네? 심지어 여자친구가 누군지도 아는 거야?”
“학교 애들 다 알아요. 둘이 무슨 사이인지.”
“그럼 너랑 그 애는 무슨 사이야?”
명정화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사실 그녀는 진작 눈치챘다. 용씨 가문 도련님 얘기가 나올 때마다 허이설의 말과 행동이 반 박자 느려진다는 것을.
“무슨 사이겠어요? 아무 사이 아니죠.”
‘걔 바람둥이예요.’
허이설은 용제하에 대해 좋은 말을 할 마음이 없었다.
...
“제하야, 왜 아주머니도 안 보고 그냥 가?”
추다희가 옆에 있는 용제하에게 물었다.
용제하의 어머니를 만나는 게 좀 두렵긴 했지만 그의 어머니라는 점에서 추다희는 한번 만나고 싶었다.
어머니를 만난다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를 테니까.
‘이설이는 제하 엄마를 못 만났겠지?’
용제하가 느긋하게 말했다.
“만나서 뭐 해? 할 얘기도 없는데. 나랑 같이 있는 것보다 우리 엄마랑 있고 싶은 거야?”
그러고는 피식 웃자 추다희가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아니지.”
그녀는 고개를 들어 용제하를 바라봤다. 준수하고 차가운 옆모습, 뚜렷한 이목구비, 정말 눈을 뗄 수 없는 모습이었다.
추다희는 그의 옆에서 나란히 걸었다.
“그럼 우리 이제 어디 가?”
용제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집에 데려다줄게.”
“뭐?”
그녀는 용제하가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할 줄은 몰랐다.
“번거롭게 안 데려다줘도 돼.”
추다희의 목소리가 살짝 갈라졌다.
용제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내려다봤다.
“왜? 내가 너희 집까지 들어가겠다고 할까 봐 걱정돼?”
덤덤하게 웃으며 이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 앞까지만 데려다줄게.”
추다희는 걸음을 멈추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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