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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김우연의 태도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는 다시 한번 조서아의 요청을 단호히 거절했다. 어차피 자신이 돌아간다 한들, 결과가 달라질 리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을 너무 잘 안다. 감정의 바탕이 없으면 무엇을 해도 헛일이다. 심지어 자신의 간과 심장을 꺼내 바친다 한들 그들은 그것마저 더럽다고 여길 사람들이다. 한편. “흑흑, 남처럼 지내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우린 모자잖니. 정말 이렇게 매정하게 굴 거야? 왜 나를 몰아붙이는 거야?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조서아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지만 이미 눈물은 얼굴을 흠뻑 적셨고 숨소리마다 흐느낌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정말로 마음이 갈기갈기 찢긴 것 같았다. 친아들이, 바로 자신의 피붙이가 이렇게 자신을 몰아붙이다니? 그것도 다른 아들을 떠나게 만들기 위해. 이건 분명한 도덕적 협박이었다. “김우연, 넌 정말 정이 하나도 없는 거니? 그래도 어머니잖아. 그 마음이 조금도 안 남았다는 거야?” 김지유가 날카롭게 꾸짖었고 분노로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이번에 찾아온 목적은 단 하나, 김우연을 집으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토록 냉정하게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건 김씨 가문의 체면을 정면으로 짓밟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엄마, 이런 사람 상대하지 말고 돌아가요!” “밖에서 버티겠다면 버티게 두죠. 스스로 망해보면 알겠죠!” 김슬기는 조서아의 팔을 잡고 달랬다. 말은 위로였지만 그 눈빛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녀는 김우연을 노려보았다. 자신의 어머니를 울린 남자, 그 생각만으로도 치가 떨렸다. 그리고 이를 악문 채 속으로는 어머니의 약한 태도에 불만까지 느꼈다. ‘내가 엄마라면 진작 등을 돌렸을 거야. 그때 김혜주는 상가 앞의 비즈니스 차량에 기대어 서 있었고 흥미롭다는 듯한 시선으로 김우연을 따라 움직였다. 그 눈빛 속에는 묘한 빛이 번쩍였다. ‘전에는 이렇게 단단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변한 걸까?’ 이 흥미로운 변화가 김혜주에게는 낯설고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더 할 말 없으면 이만 가세요.” 김우연이 시계를 힐끗 보고 무표정하게 말하고는 돌아서려 했다. 하지만 조서아는 마지막 희망이라도 붙잡으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너희 둘 다 내 아들이잖니, 나를 위해서라도 사이좋게 지내면 안 되겠니?” 그 순간, 김우연은 천천히 몸을 돌리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한 명은 친아들이고 다른 한 명은 데려다 키운 양자죠. 누가 더 중요한지도 구분 못 해요? 정말 명헌이가 양자라고 주장한다고 그걸 철석같이 믿으신 거예요? 역시... 어머니는 끝까지 깨닫지 못하네요.” 그 말을 남긴 김우연은 한 치의 미련도 없다는 듯 단호하게 돌아섰고 그런 결연한 태도는 조서아의 마지막 기대마저 무너뜨렸다. “내 아이...” 조서아는 흐느끼며 주저앉았고 눈물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그래서 그저 김우연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지는 걸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엄마, 그만 가자고요! 저런 배은망덕한 놈한테 뭘 더 바라세요?” 김슬기가 억지로 조서아를 이끌었다. 차에 올라서도 조서아의 울음은 멈추지 않았기에 김슬기는 한숨을 내쉬며 옆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이제 가자.” 김지유의 말에 김슬기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김우연이 사라진 방향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눈빛 속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이 스쳤으나 곧 차량은 천천히 단지를 빠져나갔다. 그 무렵, 집 안 창가에 서 있던 진아린은 유리창에 얼굴을 바짝 붙인 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김씨 가문의 사람들 표정이 하나같이 좋지 않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결국 김우연을 데려가지 못한 채 떠나자 진아린의 눈이 반짝였다. 곧, 그녀는 신이 나서 문 쪽으로 달려갔다. 문을 여는 순간 그 앞에 김우연이 서 있었다. “오빠!” 진아린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정말 다행이에요! 안 가셨죠? 여기 남기로 한 거죠?” 그녀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김우연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고 금세 따뜻한 체온과 고요한 숨결이 전해졌다. 김우연은 부드럽게 웃으며 진아린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전에 말했잖아. 나는 거짓말하지 않아.” 그 말을 듣자 진아린은 마음이 한결 놓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곧, 무언가 떠오른 듯 그녀는 살짝 몸을 떼고 경계하듯 물었다. “김씨 가문의 사람들이... 저희를 괴롭히진 않겠죠?” “그럴 일 없어.” 김우연이 조용히 대답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들 눈엔 나는 보복할 가치도 없는 존재야. 스스로를 상류층이라 착각하니까 언제나 남을 깔보지.’ “오늘 있었던 일은 엄마 아빠께 말씀드리지 마. 괜히 걱정하실 거야, 알겠지?” “네! 알겠어요!” 진아린은 병아리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이 일로 가족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걸. 무엇보다 중요한 건 김우연이 가지 않았다는 사실이니 그거면 충분했다. 그 시각, 김씨 가문의 저택 앞에 차 한 대가 도착했고 그걸 본 모두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이번 일로 큰 굴욕을 맛본 셈이었다. “엄마, 누나, 오셨어요? 형은요? 아직 차에 있어요? 저 사과라도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김명헌이 활짝 웃으며 다가왔지만 눈빛 깊은 곳에는 미묘한 불안감이 스쳤다. ‘만약 형이 정말 돌아왔으면 가문에 큰 소동이 일어났을 거야.’ “안 왔어.” 김지유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네?” 김명헌은 놀란 듯 외쳤지만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안 돌아왔다고? 잘됐네.’ 김우연만 없으면 이 가문에 자신이 있을 자리는 영원히 안전하다고 믿었다. “흑흑, 아들, 넌 날 떠나지 않을 거지?” 조서아가 김명헌을 꼭 껴안으며 울었다. “엄마, 전 절대 엄마 곁을 떠나지 않을 게요. 평생 엄마를 지킬 거예요.” 김명헌이 진심인 듯 다짐하며 조서아를 달래자 그녀 또한 서서히 진정이 됐다. 그녀는 김명헌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았다.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거실의 공기는 조금씩 가라앉았다. 김지유는 한숨을 내쉬며 이제 다 정리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의 시선이 김혜주에게 멈췄다. 심각한 듯 잔뜩 찌푸린 미간에서 어디선가 불길한 예감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야?” “언니, 우연이가 방금 했던 말... 정말 이해했어?” 김혜주가 낮고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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