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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냐고? 그게 뭐가 어려워?” 김지유는 점점 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김우연이 했던 말, 그건 간단한 거 아닌가? “김우연이 그랬잖아. 명헌이를 양자로 키운다고 정말 양자인 줄 아냐고.” 김혜주는 다시 그 의미심장한 말을 반복했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김지유를 똑똑히 바라봤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고 잠깐 정적이 흘렀다. “그게...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김우연이 명헌이를 질투해서 그런 소리 한 거지. 그냥 모자를 이간질하려는 말이잖아. 너무 신경 쓰지 마. 명헌이는 비록 양자지만 영원히 김씨 가문의 사람이야.” 김지유의 말투는 단호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해. 그 말을 할 때, 꼭 숨은 뜻이 있는 것 같았거든.” 김혜주는 낮게 말했다. “그만 생각해. 김우연 걔가 김씨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 이상 그건 그 아이의 운명일 뿐이야.” 김지유는 담담하게 말하곤 돌아섰고 더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그냥 떠나버렸다. 그러나 김혜주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심각한 표정으로 멀리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정말... 내가 괜히 의심하는 걸까?” 그녀의 머릿속에는 김우연이 말을 할 때 짓던 표정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건 분명 무언가를 암시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저녁 무렵, 낡은 아파트 단지 안. 김우연은 식탁에 앉아 있었다. 식탁 위에는 소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반찬들이 놓여 있었다. 감자채볶음, 토마토 달걀 볶음, 두부무침. “얼른 먹어봐, 오늘은 특별히 일찍 와서 해봤어.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네.” 석지향은 마지막 반찬을 내려놓으며 기대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이 음식들은 모두 그녀가 기억하는 김우연이 좋아하던 것들이었다. “냄새만 맡아도 벌써 맛있어요.” 김우연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칭찬했다. “저도요! 저도 벌써 침이 고여요.” 진아린은 들뜬 목소리로 말하고는 들고 있던 젓가락을 바쁘게 움직였다. 이젠 기다림조차 귀찮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윽고 가족 모두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식사를 시작했다. 진경철은 기분이 좋아 한 잔 따라 마시며 흐뭇하게 웃었다. “좋구나, 드디어 이렇게 다 모였네. 이게 바로 행복이지.” 그는 감격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도 자주 이렇게 모일 거예요. 같이 밥도 먹고요.” 김우연이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곧 수능이지? 좋은 대학 붙으면 자주 보기 힘들 텐데.” 석지향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 말에는 아쉬움보다 자부심이 더 묻어 있었다. 좋은 대학에 간다는 건 아들이 한층 성장한다는 뜻이니까. “오빠, 오빠는 어느 대학 가고 싶어요? 저도 거기 갈래요!” 진아린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녀에게 김우연은 늘 완벽한 존재였다. 어릴 적부터 공부도 늘 그가 가르쳐줬으니까. 진아린에게 오빠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네 성적으로 오빠를 따라간다고?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니야?” 석지향이 바로 타박했다. 진아린이 괜한 꿈을 꾸지 않게 하려는 듯 단호한 말투로. 김우연의 학습 능력은 진아린과는 비교조차 안 됐다. 예전에도 그가 억지로 끌고 가지 않았다면 진아린의 성적은 이미 바닥을 쳤을 것이다. “흥! 엄마는 너무 오빠만 편애해요!” 진아린은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을 터뜨렸다. “하하하!” 이윽고 진경철이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잠시 후, 진경철은 잔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김우연을 바라봤다. “그래, 너는 생각 정리했겠지? 어느 대학을 가고 싶은지.” 모두의 시선이 김우연에게로 쏠렸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깊이 생각에 잠겼고 이내 전생의 기억이 스쳐 갔다. 김우연은 언제나 똑똑했다. 어떤 지식이든 한 번 보면 이해했고 어떤 문제든 응용해서 풀어냈다. 그래서 시험이 두렵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가기 전까진 늘 모범생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모든 교사들이 김우연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김씨 가문에 들어가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곳에서 그는 공부보다 더 큰 시련을 겪었다. 이해도, 보호도, 사랑도 없는 환경. 김우연은 점점 무너졌다. 우울했고, 힘들었고 학업에 대한 열정조차 사라졌다. 그래도 성적은 학교 상위권 안에 머물렀다. 그 누구도 몰랐다. 그 시절의 김우연이 얼마나 괴로웠는지를.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번 생은 다르게 살 거야. 김씨 가문이 아닌 진짜 내 삶을 살겠어. 아무도 나를 억누를 수 없어. 이번엔 최고가 될 거야.’ 김우연의 눈빛에는 결의가 가득 차 있었다. “저는 정원대학에 갈 겁니다.” 김우연의 목소리는 한껏 진지해졌다. “모든 학생이 꿈꾸는 곳이니까요. 저도 예외는 아니고요.” 그러나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식탁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뭐... 뭐라고?”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김우연을 바라봤다. 그들은 여러 가지 답을 예상했지만 이건 예상 밖이었다. 정원대학, 그건 학문의 정점이었다. 온 나라의 수재들이 몰리는 곳. 한 해에 수천, 수만의 학생이 지원하지만 합격자는 손에 꼽았다. 거기 들어가는 순간 인생이 달라지는 곳이라고 불렸다. “우연아, 네 성적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정원대학은 아무나 갈 수 있는 학교가 아니야.” 진경철이 낮은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 “만약 그게 네가 제일 처음으로 원하는 대학이라면 떨어졌을 때 다른 선택지를 놓칠 수도 있어. 그러니까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지 마.” “맞아. 자신감은 좋지만 정원대학은 다른 세계야.” 석지향도 걱정스레 덧붙였다. “이 근처에서 그 학교에 붙은 사람은 김씨 가문의 셋째 아가씨 한 명뿐이라잖아.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지. 다른 명문대도 많잖니. 그곳에서도 충분히 너 자신을 증명할 수 있어.” 그녀의 말엔 아들을 향한 애정이 가득했다. “아니요!” 진아린이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오빠는 뭐든 할 수 있어요! 전 믿어요. 꼭 합격할 거예요!” “얘, 밥이나 먹어. 그런 소리 말고.” 석지향이 단호히 말렸다. “쳇.” 진아린은 억울한 듯한 얼굴로 김우연을 바라봤고 그는 미소를 지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 마음속엔 이미 답이 있으니까요.” 김우연의 목소리는 낮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진경철과 석지향은 더 말하지 못했고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섰다. “좋아. 하지만 꼭 신중하게 생각해. 준비 없는 도전은 위험하니까.” “네, 곧 모의고사가 있으니까 그때 결과로 보여드릴게요.” 김우연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그 미소 속에는 굳은 결심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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