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김혜주는 믿기지 않았다.
‘조금만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저것이 옳지 않다는 걸 알 텐데! 명헌이도 그걸 모른다는 거야? 나름대로 공부를 잘하는 고등학생이잖아!’
김혜주는 마음이 복잡하게 뒤섞인 채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이어지는 며칠 동안 읽은 책의 양은 매우 적었다.
오로지 몇 줄의 감정만이 적혀 있었을 뿐이었다.
[오늘은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읽지 않을래. 눈물이 나려고 해.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것 같아. 더 이상 안 볼래! 책 속 주인공 중에 나처럼 운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정말 웃기네. 안 볼래...]
이런 상황이 무려 5일 동안 지속되다가 겨우 나아지기 시작했다.
[나 병이 나았어. 이제야 겨우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네. 오늘은 여러 권 읽어서 전에 못 읽은 분량까지 채워야지! 문득 한마디가 생각나네. 내가 죽지 않은 건 우정 덕분이야. 옆자리 앉은 애가 준 약이 효과가 꽤 강력했어. 대신 후유증이 심해서 자꾸만 졸려. 졸리다 보니 밥 먹다가 꾸벅꾸벅 졸았더니, 결국 또 혼났어. 명헌이가 다음에 게임할 때 소리 좀 작게 하라고 하더라. 밤에 공부하는 게 정말 힘들다면서 말이야. 게다가 게임을 하면 더 졸리고 몸에도 안 좋대. 예상대로 부모님과 누나들은 또 나를 꾸짖었어. 이번에는 화가 나지 않았어. 어느 정도 익숙해져 버렸거든. 헤헤, 이게 바로 내 운명인 걸까? 모욕으로 가득한 인생이야.]
김우연의 이날 기록을 다 읽고 나니 김혜주는 마음속에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김우연이 병이 나은 게 자기의 면역체계 때문도, 김씨 가문 때문에도 아니었어! 다른 사람이 준 약 덕분에 회복된 것이야! 안 죽은 거... 얼마나 비꼬는 말인가 말이야!’
김혜주는 손을 덜덜 떨며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둘째 누나가 오늘 나를 보는 눈빛이 이상해. 자꾸 화장실에 들어갔냐고, 뭔가 다른 짓 하지 않았냐고 물었어. 나는 전혀 이해가 안 가는데, 누나가 그냥 나쁜 습관은 빨리 고쳐야 한대. 안 그러면 범죄로 이어질 거라고만 해. 그러더니 비닐봉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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