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화

‘비록 우연이 도련님이 김씨 가문을 떠나셨지만, 여전히 김씨 가문의 핏줄이야.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신다면, 나도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거야.’ “시끄러워! 내 말을 거역할 셈이야! 내 말 한마디면 당장 쫓겨날 수 있어, 이 도시에서도 발붙일 곳이 없어질 줄 알아! 그냥 내 명령만 따르면 돼, 알겠어?” 김명헌은 냉랭하게 호통치며 다그쳤다. “그렇지만... 알겠습니다.” 운전기사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며 공포를 참고 액셀을 밟았다. 그는 김명헌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명헌 도련님의 손아귀에서 인생이 비참하게 망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가속, 가속, 더 가속해!’ 김명헌은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지며 큰 소리로 외쳤다. 운전기사는 간담이 서늘해진 채 무의식적으로 액셀을 또다시 밟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김우연과 진아린이 차에 치이는 비참한 모습이 스쳤다. 김우연과 진아린이 학교 정문으로 향하던 그 순간 문득 멀리서 질주해 오는 차량을 발견했다. “오빠...” 진아린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번호판을 확인한 김우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 ‘이 차는 김씨 가문의 차야! 게다가 명헌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명헌이의 전용차잖아. 흥! 나를 죽이려는 거야? 아닐 거야! 내가 차에 치인다면 명헌이도 그 책임을 피하지 못할 거야! 김명헌은 비록 밉고 여우 같은 녀석이지만 기본적인 판단력은 가지고 있어. 이런 짓을 하는 건 단 하나의 목적 때문일 거야. 나를 겁주려는 거겠지!’ 김우연은 입꼬리가 올라가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는 경멸과 냉소가 가득했다. “움직이지 마. 그대로 서 있어. 날 믿어.” 김우연은 진아린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어? 오빠, 무리하지 말고 빨리 피하자!” 진아린은 믿지 못하겠는지 당장 김우연의 손을 잡고 피하려 했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차량 속도가 너무 빨라 제때 피하지 못하면 충돌할 상황이었다. 차 안에 있던 김명헌의 눈빛은 점점 더 사나워졌다. 얼굴에는 분노와 억울함이 가득했다. ‘저 빌어먹을 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