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화

‘기사 체면을 봐서 나를 봐준다고?’ 김명헌은 비참하게 땅에 주저앉아 그 말을 되새기고는 얼굴을 다시 차갑게 굳혔다. ‘그런 말을 한다니!’ “네 체면 정말 대단하구나!” 김명헌은 운전기사를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그는 이미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내가 이렇게 비참할 줄이야. 나를 구한 사람이 고작 운전기사라니!’ “명헌 도련님,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세요. 우연이 도련님도 무심코 하신 말씀이었어요!” 얼굴빛이 점차 굳어진 운전기사는 급히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러나 김명헌의 마음은 오히려 냉기로 가득 차 이 운전기사를 어떻게 쫓아낼지 마음속으로 궁리하기 시작했다. “가자.” 김명헌은 냉담하게 말했다. 그렇게 운전기사는 몸을 떨며 차에 올라타 김명헌을 태운 채 그 자리를 떠났다. 그 순간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김혜주의 표정은 다소 복잡해졌다. 그녀는 김명헌의 차가 사라지는 것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명헌이가 여기 온 이유가 그냥 장난치려는 것이었어? 그런데 우연이의 반응이 너무 과했어, 명헌이를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아... 보아하니 우연이의 마음은 온통 증오로 가득 찼군. 정말 큰 일이야.” 김혜주는 한숨을 내쉬며 연거푸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사건의 전말을 목격했지만 모든 것이 김우연의 악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일에 그 정도로 나설 필요는 없었다. 손에 쥔 열람 기록을 본 그녀는 망설였다. ‘아마도 김우연의 분노가 너무 깊었던 탓이겠지. 조금 더 지켜볼까?’ 결국 김혜주는 차를 타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 순간 김우연과 진아린은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교복부터 갈아입었다. 이 학교에는 항상 여벌의 교복이 준비되어 있었다. 한편 학교 정문 앞에서 벌어진 그 일을 겪은 이는 학교 내 소수 일원에 불과했다. 그들 모두 김씨 가문의 권세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아무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김우연의 용감한 행동에 대한 소문만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그가 너무 용맹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