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1화
이루나는 서이건의 차가운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본 채로 가만히 있다가 한참 뒤에야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미안해. 이번 일은 내가 잘못한 거 맞아. 내가 태준이를 그렇게 만든 거야. 나도 상황이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나도 너만큼 괴로워...”
“그만.”
서이건이 고개를 들며 숨을 깊게 들이켰다. 그의 가슴은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지만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깃들어 있지 않았다.
일이 터지고 아직 10시간도 안 된 사이에 그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제일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게 되었다.
담배 두 갑을 연이어 피면서 그는 많은 생각을 했고 차차 결심도 내렸다.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이만 가봐.”
서이건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그냥 여기 있을게. 어차피 지금 돌아가봤자 멍하니 앉아 있기만 할 거야.”
“가라면 그냥 가.”
서이건이 목소리를 높였다. 목소리에는 조금의 분노가 담겨있었다.
이루나는 그런 그를 또다시 가만히 바라보다 뭔가를 얘기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을 내뱉으려는 순간 갑자기 목이 막혀와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전처럼 그의 등을 끌어안아 위로를 건네주고 싶었지만 서이건의 주위로 도는 한기와 보이지 않은 벽에 그녀는 결국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피곤해 보이는 서이건의 뒷모습에 시선을 살짝 내리고는 발걸음을 옮겨 병원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
돌아가는 길, 이루나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심장은 거대한 바위에 눌린 것처럼 답답하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이제껏 그녀는 남들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왔다. 흘러가는 대로 살며 그 누구의 슬픔과 고통에도 공감해 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서태준의 일에서는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죄책감과 통증이 느껴졌다. 심지어 차에 치인 게 그가 아닌 자신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루나는 제일 최악의 결과를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떠올리는 순간 깊은 절망이 함께 따라왔으니까.
이루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핸들을 돌려 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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