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화
결과지에는 임신임을 나타내는 수치들이 한가득했다.
이루나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아픈 것도 잊은 채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는 확인을 위해 초음파 검사도 부탁했다.
고열과 두통을 참으며 그녀는 30분의 대기 끝에 검사실로 들어갔고 또 30분을 기다린 후 초음파 결과를 손에 넣었다.
임신이 맞다는 내용을 보자마자 그녀는 또다시 머리가 아파져 오는 것이 느껴졌다.
“2개월 정도 됐네요. 수치는 모두 정상입니다. 안색이 안 좋으신데 괜찮으십니까? 혹시 원치 않았던 아이면 지금 얘기해주세요.”
의사가 자주 겪는 상황인 듯 대놓고 물었다.
이루나는 의사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멍한 얼굴로 결과지만 계속 바라보았다. 아이가 생길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해본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스스로를 아직 미성숙한 ‘아이’로 여기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배속에 진짜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게다가 2개월이라니, 최근에 입맛도 떨어지고 속도 자주 울렁거리며 이상하게 힘이 다 빠진 듯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설마 임신 때문일 줄은 몰랐다.
잠자리할 때 서이건과 그녀는 늘 콘돔을 사용해 왔다. 간혹 사용하지 못한 날에는 피임약을 꼭 먹었다.
피임약을 까먹을 때도 가끔 있기는 했지만 원체 임신이 잘 안되는 체질이었기에 그간 아무런 일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임신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루나 씨?”
의사가 눈썹을 살짝 끌어올리며 다시금 물었다.
“아이 낳으실 겁니까? 이루나 씨 결정에 따라 처방 약이 다르게 나가게 될 겁니다.”
“...”
이루나는 깊게 한번 숨을 들이켠 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가 또 이내 가로로 저었다. 그러고는 조금 머뭇거리며 물었다.
“만약 지우겠다고 하면 오늘 당장 수술할 수 있나요?”
“예약하셔야 해요. 지금 예약하시면 25일에 수술할 수 있어요. 그런데 태아가 매우 건강한 상태라 생각 잘 해보세요. 아이를 낳기 딱 좋은 나이이기도 하니까요.”
이루나는 몇 분간 가만히 있다가 결국에는 고개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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