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화
저녁 9시, 아우디 A8 한 대가 자연스럽게 별장 대문을 지나 마당에 멈춰 섰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집사와 도우미들 덕에 별장은 다시금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고 또 어딘가 차가운 느낌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집사의 안내 아래 이루나는 가방을 든 채 조금 무거운 걸음을 옮기며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잠시 기다려주세요. 대표님께 아래로 내려오시라고...”
“아니요. 제가 올라가죠.”
이루나는 그렇게 말한 후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오늘처럼 마음이 무거웠던 적이 또 없었다.
입을 꾹 닫은 채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2층에 도착해버렸다. 서재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니 오늘도 역시 일 때문에 바쁜 듯했다.
서이건은 회사 일을 최우선으로 두는 사람이라 아무리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도 일만큼은 놓는 법이 없었다. 그게 그녀와 관련된 일이라 해도 말이다.
이루나는 그 생각에 스스로가 더 비참하게 느껴졌다. 서이건은 모욕적이고 모진 말로 관계를 끊은 후에도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일을 하며 자기 루틴대로 잘살고 있는데 자신은 그런 소리를 듣고도 아이 때문에 이렇게 다시 그를 찾아오게 되었으니까.
서재 앞에 도착한 이루나는 아무 말 없이 문을 열었다. 서이건은 실험대 앞에 앉은 채 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다. 일하는 중이라 그런지 금색테 안경도 쓰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서이건은 고개를 돌렸다가 이루나의 얼굴을 보고는 아주 미세하게 멈칫했다. 하지만 1초도 안 돼 금방 다시 고개를 돌리며 그녀를 무시한 채 일에 집중했다.
이루나는 묵묵히 가방 속에 든 검사 결과지와 초음파 사진을 꺼냈다. 그러고는 서이건의 곁으로 다가가 그것들을 건넸다.
“나 임신했어.”
서이건은 그 말에 다시금 멈칫하더니 시선을 돌려 빠르게 결과지 내용과 위에 적힌 이름을 확인했다.
하지만 임신이라는 것이 확인됐을 텐데도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환희는 고사하고 놀라움조차 없었다.
심지어 그녀의 손에 든 결과지를 받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퉁명스러운 대답에 이루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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