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화
이루나는 스스로를 집에 가둔 채 이틀 내리 폐인 같은 생활을 했다. 집 안에서 담배도 피우고 술도 진탕 마신 것도 모자라 강아지가 밥 달라고 짖는데도 눈 깜짝하지 않은 채 무시해 버렸다.
그러다 3일째 되던 날, 드디어 휴대폰을 집어 들고는 유하정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와달라고 했다.
유하정은 거리를 떠도는 거지보다 더 심한 몰골을 하고 있는 친구의 모습에 몇 초간 깜짝 놀란 채로 가만히 서 있다가 강아지가 짖는 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일단 개 사료부터 챙겨주었다. 그러고는 엉망이 된 거실을 치워준 후 소파에 앉아 이루나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실연이라도 당했어?”
이루나는 친구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있다가 한참 뒤에야 임신 사실을 얘기해주며 아이를 지우고 싶으니 병원으로 함께 가달라고 했다.
하지만 유하정은 임신 얘기를 듣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사적으로 그녀를 말렸다.
“지우긴 뭘 지워? 상황이 조금 별로긴 해도 일단 낳아. 지금이야 그 집안 사람들이 너를 인정하지 않아도 자기네들 핏줄인데 가만히 내버려두려고 하겠어? 아이를 낳은 뒤에 다시 사이를 풀어가면 되잖아. 아이까지 생겼으니 유대는 더 깊어질 거고 그러면 박희연 그 인간들 상대하기도 더 쉬워지지 않겠어?”
이루나는 소파에 누운 채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며 자신의 세계에 갇힌 채로 있었다. 유하정의 말이 하나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도 그랬다며. 지금 아이를 지우면 나중에는 낳고 싶어도 못 낳을지 모른다고. 너 그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몰라? 낳지 않는 거랑 낳지 못하는 건 달라. 나도 애 낳는 거 무섭긴 하지만 평생 아이가 없는 채로 살 생각은 없어. 만약 아이를 낳은 뒤에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면 까짓거 나랑 같이 키우면 되지! 평생 결혼하지 않고 둘이서 아이를 잘 키워...”
“그만해.”
이루나가 유하정의 말을 자르며 입을 열었다.
“이미 예약했어. 너는 그냥 나랑 같이 가주기만 하면 되니까 그만 얘기해.”
유하정은 단호한 그녀의 말에 조금 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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