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11화

첨벙 하는 소리와 함께 몇 분간 숨을 참고 있던 태준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서이건을 보자 태연하게 인사를 건넸다. “삼촌, 이 시간에 웬일이에요?” 이내 목소리를 낮추어 넋을 잃은 이루나를 향해 속삭였다. “저 잘생긴 사람이 우리 삼촌이야. 서진 제약 대표 거든? 원래 좀 차갑고 무뚝뚝한 스타일이라, 너무 신경 쓰지 마.” 이루나는 두 귀를 의심했다. “네 삼촌이라고?” “응.” “본명이 혹시...?” “서태준! 아직도 내 이름 모르고 있었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던 남자는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계속 수영하자.” 서태준이 대수롭지 않는 듯 말했다. “아마 잠깐 집에 들렀을지도 몰라. 금방 회사에 일하러 나갈 테니까 그냥 무시해.” 하지만 이루나는 더는 수영할 기분이 나지 않았다. 결국 물 위에 둥둥 떠다니며 조금 전에 봤던 남자의 싸늘한 표정과 서태준이 내뱉은 진실을 떠올리자 머릿속이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이때, 김성훈이 수영장으로 다가왔다. “태준 도련님, 이사님께서 잠깐 보자고 하십니다. 중요한 말씀이 있다고 하네요.” 흥이 깨져서 아쉽긴 했지만 그는 어쩔 수 없이 물에서 올라와 거실로 향했다. 이루나는 이곳이 그 남자의 집이라는 사실이 떠오르자 수영할 생각이 싹 사라졌다. 이내 젖은 몸으로 터벅터벅 걸어가 근처 샤워실에서 대충 씻고 옷을 갈아입기로 했다. 뜨거운 물줄기 아래에서 조금 전의 일을 되새기며 멍하니 서 있었다. 서태준이 서이건의 조카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녀에게 이런 막장 같은 상황이 생기다니! 심지어 재수까지 없었다. 그동안 드나들었던 별장은 단지 욕구 충족을 위한 장소였을 뿐, 여기가 진짜 서이건이 사는 집인 듯했다. 이루나는 재빨리 마음을 다잡고 10분 만에 샤워를 마친 다음 옷을 갈아입은 뒤 욕실을 나섰다. 원래는 몰래 빠져나가려 했으나 2억 원이 훌쩍 넘는 가방이 아직 거실에 있었을뿐더러 휴대폰과 차 키도 챙겨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태연한 척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거실에 들어서서 가방을 찾으려고 두리번대던 찰나, 누군가 뒤에서 머리채를 거칠게 낚아챘다. 두피가 저릿하면서 무의식중으로 비명이 튀어나왔고, 고개가 뒤로 확 젖혀졌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건 분노로 활활 타오르는 서이건의 눈동자였다. “당신!” 이루나는 빠르게 방 안을 훑었지만 서태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아까는 그를 따돌리기 위한 핑계였음을 깨달았다. “대체 언제부터 태준에게 집적거리기 시작한 거지?” 서이건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힘껏 잡아당기며 얼굴을 가까이 대고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너... 설마 일부러 접근한 거야?” 남자의 험악한 얼굴을 보고도 이루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반항하기도 귀찮은 듯 머리채를 잡힌 채 능청스럽게 도발했다. “왜 이렇게 흥분해? 내가 다른 남자랑 노는 게 질투나?” 서이건의 이마에 핏줄이 불끈 튀어나왔고, 화를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그녀를 소파로 거칠게 내동댕이쳤다. 소파 팔걸이에 머리를 부딪힌 이루나는 아파서 신음을 내뱉었고 정신마저 혼미했다. “외간 남자한테 추파 던지든 말든 관심 없지만.” 서이건이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경고하는데 다시는 서태준 건드리지 마. 눈앞에 얼씬거리는 순간 널 죽여버릴 거야.” 서태준과 얽힌 일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안 봐도 뻔했다. 어쩌면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문제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루나는 연이은 협박에 질릴 대로 질려 있었다. 하늘과 땅을 넘나들며 극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할 리 있겠는가! 그래서 아예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남자를 향해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이내 건들건들한 말투로 도발했다. “싫은데? 죽일 테면 죽여 봐. 내가 겁먹을 줄 알고?”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