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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였다. 이루나는 속으로 이 여자들을 깔보고 있었기에 굳이 어울리지도 않았지만 그게 화근이 됐다. 머리에 샴푸를 잔뜩 묻힌 채 물을 틀려 하면 수도가 잠겼고 세수하던 대야는 어느새 오줌통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음 날 입으려던 옷은 알 수 없는 이유로 흠뻑 젖어 있었고 운동 시간에는 누군가 일부러 발을 걸어 무릎을 까이기도 했다. 심지어는 앞에서 대놓고 음흉한 말들을 주고받으며 이루나를 조롱했다. 방금처럼 무자비하게 맞은 것도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녀가 몰래 경찰에게 고자질을 해 기숙사 안에서 대장이던 여자가 벌로 세 시간 동안 서 있었다. 같이 수감된 여자들은 대부분 바닥까지 떨어진 삶을 살다 온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이루나의 ‘죄목’은 오히려 깨끗하고 체면 있는 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멸시와 폭행을 당하면서도 이루나는 지금껏 참고 또 참았다. 낯선 환경에선 섣불리 반항할 수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마음 한구석은 이미 허물어져 있었으니까. 공허하고 무기력한 데다가 어쩌면 스스로 이런 상황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마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 남자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마음은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갔다. 그토록 다정하고 따뜻하던 손길로 결국은 아이를 지워내라 강요했고 이렇게까지 잔혹하게 자신을 내던진 사람. 서이건. 그는 무정하고 집착과 증오만으로 가득 찬 냉혈한이었다. 그럼에도 한밤중에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건 여전히 서이건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기억이 칼날처럼 파고들어 숨조차 쉴 수 없을 만큼 아팠다. 이루나는 여기서 얼마나 더 있어야 할지 몰랐다. 하루가 일 년 같았고 살고 싶다는 의지도 점점 희미해졌다. 마침 생리까지 겹쳐 두통과 기력 없는 몸은 더더욱 그녀를 옥죄었다. 그럴수록 자유롭던 지난날이 간절히 그리웠다. 아침마다 마시던 핸드드립 커피, 욕조에 몸을 담그고 쉬던 시간, 언제든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던 행복. 며칠이 지나 상처가 조금 아물던 어느 날 점심, 이루나는 얌전히 줄을 서서 식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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