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7화
이루나는 핸들에 이마를 댄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서이건과의 관계는 늘 이렇게 한 번 풀리는 듯하다가 다시 얼어붙는 악순환이었기에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예전처럼 그에게 고개를 숙이고 미안하다고 말하거나 자존심을 내려놓으면 서이건은 아마 잠깐이나마 마음이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걸.
하지만 그렇게 하는 순간 그건 과거의 자신을 배신하는 일이었다.
그가 줬던 고통과 모욕을, 그 모든 시간을 무시하게 되는 거였다.
그건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오랫동안 함께해온 그 강아지는 이루나 인생의 버팀목이었다.
강아지를 위해서라면 자존심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숨이 붙어 있는 한 그 생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루나는 몇 번이나 마음속에서 싸웠다.
결국 집으로 돌아가 병든 강아지를 안고 자신의 가게로 향했다.
그곳에서 간단한 보조 치료를 해주며 한편으로는 고지훈에게 서문호에게 한번 부탁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스쳤다.
그렇지만 곧 머릿속에 서문호의 차가운 경고가 떠올랐다.
그 순간, 마음이 또 복잡하게 얽혀버려 결국 밤이 깊도록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저녁 일곱 시, 여덟 시 무렵.
아무 대안도 떠오르지 않은 채 이루나는 어느새 아침에 갔던 회사로 향하고 있었다.
마치 귀신에 홀린 듯이.
건물은 이미 대부분 불이 꺼져 있었다.
직원들도 거의 퇴근한 시간이지만 서이건의 사무실만은 불빛이 켜져 있었고 컴퓨터도 켜져 있었다.
아직 퇴근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루나는 곧장 연구개발 센터 1층으로 향했다.
그곳 역시 불이 환히 켜져 있었다.
조심스레 다가가자 유리창 너머로 서이건이 연구원 한 명과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는 게 보였다.
이루나는 한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조용히 실험실 문을 열고 서이건의 뒤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일은 끝났어?”
그 말에 서이건이 고개를 돌렸지만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목소리는 서늘했고 거의 쫓아내는 것에 가까웠다.
“또 무슨 짓을 하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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