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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서이건에게서 열 채의 집과 카드를 건네받았을 때 이루나는 잠깐도 설레지 않았다. 그가 바라는 건 단 하나였다. 관계의 체면 있는 종료, 더 이상 자신을 원망하지 않게 하는 값비싼 위로, 그리고 영원한 도피. “잘 있어.” 서이건은 마지막으로 두 글자를 남기고 회사에서 회의를 끝내듯 단정하게 돌아섰다. 망설임도, 미련도 없었다. 그의 뒷모습이 문밖으로 사라져갈 때 이루나는 갑자기 숨이 막혔다. 무언가가 가슴 속에서 부러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버틸 수가 없었다. 이루나는 그대로 손에 잡히는 것을 움켜쥐었다. 차가운 유리의 감촉, 그건 재떨이였다. 쾅! 유리로 된 재떨이는 서이건의 등에 정확히 맞아 둔탁한 소리를 냈다. 그는 순간 움찔했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문을 열고 그대로 사라졌다. 문틈 사이로 서이건의 모습이 없어진 뒤에야 이루나는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문을 쾅 닫고 소파로 주저앉았다. 마치 심장이 뽑혀 나간 사람처럼 텅 빈 공허한 시선으로 거실을 바라봤다. 테이블 위엔 카드 다섯 장, 책처럼 두꺼운 집문서 더미가 놓여 있었다. 그것들은 더 이상 보상도, 선물도 아니었다. 그저 잔혹한 선언문 같았다. “그래, 결국 이렇게 됐구나.” 이루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토록 오래 헤어진 뒤에도 아직 서이건에게 작은 미련이 남아 있었던 걸 그제야 깨달았다. 하지만 그의 방식은 끝까지 도망이었다. 이제는 더 깊이, 더 멀리. 그녀는 눈을 감았다. ‘이젠 정말 끝이야.’ 그날 밤 잠도 설친 이루나는 많은 생각을 하다가 결국 받아들이고 인정하기로 마음 먹었다. ... 다음 날 낮. 그녀는 스스로 고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오후 회의를 취소하고 금세 이루나의 집으로 찾아왔다. “내 기억이 맞다면 네가 먼저 나한테 오라고 한 건 처음인 것 같은데?” 고지훈은 살짝 웃으며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내 옆에 있어 줘.” 이루나는 힘없이 말했지만 예상치 못한 부탁에 고지훈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하지만 곧 그는 옆으로 다가와 자연스럽게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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