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6화
“미안해.”
이루나가 고지훈에게 사과했다.
“회장님의 말씀이 맞아. 지금 이 모든 일이 다 나 때문에 일어난 거야. 내가 아니었다면 너도 방금 그런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았어...”
“그런 억지가 어디 있어.”
고지훈은 이루나를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설령 서이건 씨한테 죽임을 당한다 해도 그건 너랑 아무 상관이 없어. 방금 그 행동은 서이건 씨의 자격지심이야. 앞으로 우리한테 손을 대지 않는다면 나도 굳이 이 일을 문제 삼지 않을 거야.”
이루나는 침묵을 지켰다. 예전 같았으면 그녀는 단호히 고지훈 편을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씩씩거리며 서이건을 쫓아가 따지고 경찰에 신고까지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루나는 더 이상 문제 삼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그 남자한테서 이미 이천억을 받았다. 그 정도면 성의가 충분하니 더는 시시콜콜하게 따질 이유도 없었다. 계속 얽매일수록 그에서 벗어나기 더욱 어려워질 뿐이었다...
“가자.”
고지훈은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리고 서문호의 태도도 전처럼 강경하지 않은 것을 보고 이루나와 함께 사무실을 떠났다.
차 안으로 돌아온 뒤 이번엔 이루나가 운전석에 앉고 고지훈은 조수석에 앉았다.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는 이루나는 핸들을 잡은 채 앞만 멍하니 바라보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고지훈은 이루나의 아름답지만 왠지 쓸쓸해 보이는 옆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답답해졌다.
“지금 4시도 안 됐으니까 구청에서 아직 퇴근하지 않았을 거야. 이왕 나온 김에 오늘 그냥 혼인 신고하러 가는 거 어때?”
고지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좀 늦었어.”
이루나는 고지훈을 한번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
“방금 사무실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마음도 어수선하고 너도 살짝 다쳤잖아. 그냥 다음날에 가자. 꼭 오늘에 갈 필요도 없잖아.”
고지훈은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래.”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네 말이 맞아. 혼인신고는 기분이 좋은 날에 하자. 오늘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 같아. 게다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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