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8화
H 국에서 온 것처럼 보이는 눈앞의 소녀는 아직 너무도 앳되고 순진해 보였다. 눈처럼 희고 투명한 피부, 종잇장처럼 가냘픈 몸, 여리고 마른 체형에다 예쁘장한 외모까지 지녔지만, 얼굴은 공포로 질려 온몸을 잔뜩 떨고 있었다.
“H 국에서 왔어?”
이루나는 그녀에게 약을 주입하기 전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이루나의 입에서 H 국의 말이 나오자 소녀는 몹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게다가 자신과 같은 H국 얼굴을 한 여자가 이곳에서 인신매매범들을 대신해 몸속에 뭔가를 주사하고 있다는 사실에 눈이 더욱 휘둥그레졌다.
이루나는 더 말을 잇지 않고 일부러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침 그녀를 감시하던 관리자가 잠깐 화장실에 간 사이, 이루나는 약물을 몰래 평범한 포도당액으로 바꿔치기해서 형식적으로 주입해 주었다.
며칠째 이런 일을 맡아오며 신뢰를 쌓은 덕분인지 노아의 부하들도 예전처럼 엄격하게 감시하지 않았다. 가끔 이런 작은 눈속임을 해도 쉽게 들키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난 뒤, 이루나는 자신이 머무는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들어와 보니 오늘 새로 끌려온 그 H국 소녀 역시 같은 숙소로 배정돼 있었다.
“너구나?”
이루나가 먼저 말을 걸었다.
소녀는 이루나를 보자 두려움이 앞서 손을 떨며 눈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아까 이루나가 의무실에 앉아서 그런 일을 하는 모습을 직접 봤기 때문이다.
“무서워하지 마. 나도 너랑 같은 처지야.”
이루나는 그녀의 마음을 읽고 자신이 어떻게 이곳에 팔려 왔는지를 간단히 들려주었다.
이루나도 피해자였다는 것, 이곳에서 많은 고통을 겪어 왔다는 말을 듣고서야 소녀는 경계를 풀었다. 마치 어둠 속에서 작은 위안을 찾은 듯, 소녀는 이루나를 꽉 껴안고 흐느껴 울었다.
비록 이곳에 CCTV가 있었지만, 이루나는 그녀와 대화를 이어갔다.
소녀의 이름은 조세하로 올해 겨우 18살이며 원래 H 국에서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조세하는 해안가의 도시에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온 아이였다.
“무슨 일로 이런 데까지 오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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