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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이토록 강경한 이루나의 태도는 처음이었다. 결국 고지훈은 참지 못하고 이루나를 품에 꼭 안더니 고개를 내려 입술을 맞췄다. 그 뜨거운 숨결과 부드러운 입술에 이루나는 천천히 눈을 감을 뿐, 피하지도 다가가지도 않았다. 분명 다 알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소녀처럼 고지훈의 열기에 반응해 주었다. 고지훈은 그런 이루나의 몸을 꼭 끌어안고 거친 키스로 이루나를 헤집었다. 그러면서 천천히 손을 이루나의 옷 안으로 밀어 넣고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이루나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의식이 점점 흐려졌고 이성은 이미 놓은 지 오래였다. 이루나는 그대로 이 애매모호한 감정 속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고지훈이 이루나를 안고 옆의 소파로 데려갔을 때 이루나는 눈을 떴다. 잘생겼지만 낯선 그 얼굴을 보면서 이루나는 저도 모르게 몸을 내뺐다. 바지를 벗으려는 고지훈의 손을 잡은 이루나가 입술을 씹으며 얘기했다. “나 오늘은... 안 돼...” “왜?” 고지훈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나 그날이야.” 이루나가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요 며칠은 힘들어. 다음에 하자.” “...” 고지훈은 그 말을 듣고 약간 실망했다. 몸이 불편해서 죽을 것 같았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이루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응, 오늘은 안 할게. 몸은 괜찮아? 아프지 않아?” “응.” “그럼 다행이네. 난... 먼저 샤워 좀 할게.” 고지훈은 이 열기를 풀 곳을 찾아야 했기에 얼른 욕실로 들어가 찬물로 샤워했다. 고지훈이 샤워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이루나는 소파에 누워서 아까의 어색한 장면을 회상했다. ‘난 대체 어쩌고 싶은 거야...’ 고지훈과 남은 생을 살기로 약속했으니 이대로 함께 자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항상 이 순서가 오면 저도 모르게 심경이 복잡해져서 이어갈 수가 없었다. 고지훈은 샤워를 마치고 옷을 입고 나와 서문호의 전화를 받았다.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고지훈은 이루나와 짧게 인사를 했다. “몸이 안 좋으면 요 며칠은 일단 쉬어.” 고지훈은 이루나를 안고 토닥여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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