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화
불을 켠 순간, 침대 위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
서이건은 이루 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눈동자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가 사라질 것 같았고 앞에 있는 여자가 진짜인지 환각인지도 구분할 수가 없었다.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졌고 목이 메어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이루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을 뿐이었다.
손가락 사이에 낀 담배꽁초가 계속 타올랐지만 그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불꽃이 피부에 닿자 손에서 전해진 통증에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는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버렸다.
이루나는 그가 데인 것을 보고 고소해하며 웃었다.
“집이 그렇게 많으면서 왜 내 집에 있어?”
이루나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그는 앞에 있는 여자가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환영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죽은 거 아니었어?”
서이건이 쉰 소리로 묻자 이루나는 차갑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 비천한 목숨이긴 하지만 날 죽이는 건 그리 쉽지 않으니까.”
“실망했어?”
앞에 있는 이 남자가 얼마나 자신을 싫어하고 얼마나 자신이 죽기를 바라는지 이루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호수에 빠져 죽었다는 말을 듣는 이 남자는 크게 안도했을 것이다.
이제는 그를 괴롭히는 사람이 없고 그의 세계는 마침내 평온해졌으니까.
그런데 겨우 잠잠해진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이루나는 뜻밖에도 ‘죽었다가 다시 살아서’ 온전히 그의 앞에 나타났다.
서이건은 여전히 이루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기만 할 뿐,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도 않았고 아무 말도 없었다.
한참 후, 그가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
“죽지 않았으니 됐어.”
말을 마치자마자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는 차가운 얼굴을 한 채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감정을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무심하게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힐끗 쳐다보던 이루나는 심호흡을 하였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런데 남자는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돌아섰다.
“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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