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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서이건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 밑에는 분노가 가득했고 그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머니, 노망이라도 난 겁니까? 태준이 저놈이 여자관계가 얼마나 복잡한데. 어머니까지 방임하는 거예요?” 그 말에 차화영과 서문호 부부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이건은 예전에 이런 집안일에 대해 관여한 적이 없었고 늘 조카인 서태준과 한통속이었다. 지금 와서 반대하고 이유 없이 이렇게 화를 내니 너무 갑작스러웠다. 서태준도 삼촌이 왜 이렇게 흥분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고 퉁명스럽게 그를 쳐다보았다. 반면, 이루나는 담담했고 입가에 미소를 띈 채 조용히 멘붕 상태인 서이건을 쳐다보았다. “어머님, 도련님도 반대하잖아요. 제가 쓸데없는 얘기를 했다고 하지 마세요.” 심혜진은 그 말을 하면서 이루나를 한 번 더 흘겨보았다. “가정교육을 잘 받은 여자라면 초대도 하지 않은 집에 이렇게 불쑥 찾아오지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자기 집처럼 이렇게 편안하게 있지도 않았을 거고요.” 그 말에 차화영은 얼굴이 굳어졌고 한동안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어찌 됐든 이루나가 방금 고양이를 구한 건 사실이니까. 이때 서문호가 한마디 했다. “아까 태준이가 이루나 씨도 이성태 씨의 딸이라고 하던데. 그럼 이건이와 이씨 가문의 혼사로 보면 이루나 씨는 우리 태준이의 윗사람이죠. 그러니...” 서문호는 서태준을 힐끔 쳐다보았다. “너랑 이 아가씨는 친구로 지낼 수는 있지만 다른 관계는 안 된다.” 서태준은 어이가 없었다. “아버지. 무슨 얘기를 하는 겁니까? 삼촌의 약혼식은 이미 망쳤고 이씨 가문과의 혼사도 취소된 거 아닌가요? 촌수 문제가 있을 수 없잖아요.” “취소라니? 함부로 말하지 마.” 심혜진은 서태준을 노려보고는 말길을 돌렸다. “어머님, 태준이의 문제는 잠시 접어두고요. 마침 도련님도 있으니까 이씨 가문과의 혼사에 대해 얘기 좀 하시죠.” 차화영은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탄식하며 입을 열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니?”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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