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차화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이건을 바라보았다.
“이건 일정에 따라 결정하면 되겠네. 나는 상관없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어.”
주인공인 서이건은 마치 조각상처럼 그 자리에 앉아 가끔 와인을 마시며 스테이크를 한 조각 베어 천천히 씹고 있었다. 서이건은 차가운 얼굴로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담담하게 앉아 있었다.
서이건은 냅킨으로 길쭉한 손가락을 닦으며 천천히 말했다.
“약혼에 관해서는... 올해는 시간이 없으니 내년으로 미룹시다.”
서이건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이 말이 떨어지자 모두가 얼어붙었다.
특히 이은서는 식탁 의자에 뻣뻣하게 앉아 창백한 얼굴로 서이건을 쳐다봤다.
불미스러운 영상 사건 이후, 이은서는 여러 번 서이건을 찾아가 자신의 결백을 설명했지만, 그의 앞에서는 예전의 자신감을 잃었다.
지난번에 서씨 가문 사람들이 서이건이 다시 약혼하는 데 동의했다는 말을 듣고 이은서는 오랫동안 흥분했었다. 서이건이 마침내 자신의 결백을 믿어주었고, 적어도 다음 달이면 그와 약혼식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동시에, 서이건의 말을 직접 들었던 이루나 역시 마음이 시원하지는 않았다.
이루나의 계획은 이 남자가 이은서와의 정략결혼을 완전히 취소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질질 끌어 여기까지 왔는데 이 개 같은 남자가 자기 앞에서 애매모호한 결정을 발표하다니. 타협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잠시 지켜보던 이루나는 옆에 놓인 레몬수를 한 모금 마시며 자기 생각을 숨겼다.
“이건...”
박희연도 어색했지만 어쨌든 침착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럼 이건아, 요즘 아주 바빠서 올해 안으로 시간이 없다는 뜻이야?”
“올해는 확실히 바쁜 편이에요.”
서문호가 객관적으로 말했다.
“올해 몇 가지 신약이 출시되고, 정부의 백신 개발 프로젝트도 맡아야 해서 부담이 대단해요. 결혼할 여유가 없을 거예요.”
심혜진이 옆에서 분위기를 잡으며 말했다.
“회사 일도 중요하지만 결혼도 큰이에요. 서른 넘은 나이인데 더 미룰 순 없어요. 약혼식만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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