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서이건은 그녀를 한참 동안 똑바로 바라보았다. 매혹적인 두 눈을 통해 영혼 깊숙한 곳까지 보려는 것처럼 말이다. 그날 그녀가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하러 달려들었던 어리석은 기세가 떠올랐고, 과거 그를 위협했던 광기, 그리고 최근 며칠 동안 보여준 순종적이고 복종적인 태도가 생각나 결국 입가에 머물렀던 말을 삼켜버렸다. “당신은 왜 그렇게 이상해졌어? 이은서가 당신한테 무슨 약이라도 먹인 거야?” 이루나는 그가 방금 건강 검진을 받으라고 한 말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은 모양이다. 서이건이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해서 한 말로 여겼다. “나가서 물 좀 가져다줘.”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 이루나는 즉시 일어나 그가 사용하는 유리잔을 들고 따뜻한 물 한 잔을 떠서 입가에 가져다 댔다. “자, 물 마셔.” “환자를 돌볼 줄 아는구나?” 물을 마신 후, 서이건은 그녀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았다. “내가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는 재벌가 아가씨인 줄 알아?” 그녀는 말하며, 테이블 위의 약을 가져와 그에게 먹였다. 이후, 그녀는 물을 다시 떠 와 뜨거운 수건으로 그의 얼굴을 닦아준 후, 몸을 닦고 발을 닦았다. 그녀의 동작은 능숙했고 태도는 적극적이었으며, 간병인보다 더 세심했다. 마치 그녀에게 있어서 그를 돌보는 것이 매우 즐거운 일인 것처럼 말이다. 서이건은 이따금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 여자는 무슨 일을 하든 극단적으로 하는 편이다. 그와 반항할 때는 목숨을 위협할 수 있었고, 잘해줄 때는 그를 위해 목숨을 걸 수 있었다. 그의 발밑에 짓밟힐 수도 있었고, 또 무릎 꿇을 수도 있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그녀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단지 그를 이씨 집안 사람들과 대항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처럼 상처를 입고 약해진 상황에서 이 여자가 눈앞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기꺼이 그를 돌보는 모습을 보며...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의 문란했던 과거에 대해 당분간 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