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서이건은 자기도 모르게 깊은숨을 들이쉬며 시선을 돌렸다. 마음속이 더욱 복잡해졌다.
만약 이 여자가 예전처럼 노골적으로 자신을 이용하려 하고, 거칠고 무례하게 나온다면 그는 오히려 편했을지도 모른다. 바로 거절할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 이루나는 감정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방탕하고 제멋대로인 얼굴에 다정한 눈빛이 넘실거렸는데, 이건 오히려 서이건을 난처하게 했다.
“됐어. 일단 퇴원하고 나서 이야기하자.”
이루나는 그의 입에서 듣기 싫은 대답을 들을까 봐 타이밍 좋게 화제를 돌렸다.
“배고프지 않아? 뭐 좀 먹을래?”
“아무거나.”
“과일 좀 먹어.”
이루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탁자 위의 과일을 보았지만 자르기 귀찮아서 바나나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것은 모란드에서 수입한 바나나였는데 국내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그녀는 껍질을 벗기고 원래는 자신부터 한 입 먹으려 했지만, 잠시 생각해보니‘나쁜 생각’이 떠올랐다.
“자, 바나나 먹어.”
이루나는 서이건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 껍질 벗긴 바나나를 입가에 가져다 댔다.
서이건은 무심코 입을 벌려 이루나가 넣어주기를 기다렸는데, 예상치 못하게...
이루나는 서이건이 방심한 틈을 타, 장난스럽게 바나나 한 개를 통째로 그의 입에 쑤셔 넣었다!
거의 질식할 뻔했던 서이건은 이루나의 손을 밀치며 사납게 노려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너 미쳤어?”
이루나는 서이건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서이건은 매우 어이없다는 듯 그녀를 흘긋 보며 생각했다. 지금 몸이 완전히 회복되었더라면 반드시 혼내줬을 것이다.
...
잔잔해 보였던 일주일이 또 지나갔다.
서이건의 상처는 마침내 퇴원 기준에 도달했다.
서씨 가문 사람들이 또 단체로 나서서 떠들썩하게 그를 맞이하는 것을 피하려고, 서이건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오직 이루나의 동반하에 자신의 별장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4, 5시쯤이었다. 가정부와 집사들은 여전히 휴가 중이라 오늘도 돌아오지 않아 넓은 별장은 여전히 텅 빈 채 다른 사람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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