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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장

“그리고 저들은 일을 그르치고 널 놀라게 했으니 돌아가면 당연히 처벌할 생각이야.” 주성호가 고승민을 힐끔 쳐다보며 살기 어린 목소리로 말하자 고승민은 몸을 움찔하더니 곧 고개를 떨구었다. 주성호는 코웃음을 치며 시선을 돌려 추영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지만 미소에는 전혀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다. “저놈들을 따라가는 건 싫다고 하니 내가 직접 왔어. 이 정도면 기분이 좀 나아지겠어?” 추영자는 주성호를 빤히 쳐다보며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더는 찾을 수 없었다. 주성호 자신도 잊어버린 모양이다. 그가 그녀를 얻기 위해 무슨 짓까지 했었는지를 말이다. 그땐 이미 나이도 들었고 주성그룹을 물려받아 권력의 정점에 서 있었지만 그런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녀를 위해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녀의 신발까지 들어준 적이 있었다. 그땐 정말 그녀를 위해 머리를 숙일 줄 아는 남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직접 왔다’는 말 자체가 마치 은혜를 베푸는 듯한 표현이 되어버렸다. 만약 계속 물러서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녀가 분수를 모르는 사람이 되는 셈이었다. 추영자의 싸늘한 미소를 본 주성호의 얼굴에도 웃음이 사라졌다. 그가 입을 열려는 순간, 갑자기 경찰서 밖에서 차 한 대가 진입했고 전조등이 그의 눈을 자극해 주성호는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추영자는 재빨리 어깨에서 주성호의 손을 뿌리치고 들어오는 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익숙한 차량을 확인한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차가 멈추자마자 문이 열리며 정장 차림의 젊은 여성이 급히 내려왔다. "대표님!" 손주영은 추영자를 살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곧 옆에 선 주성호를 발견하고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주 회장님도 부르셨나?’ 추영자의 비서로서 그녀도 추영자의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했다. 게다가 최근 이혼 소문도 들었는데... 지금 상황은 대체? 하지만 손주영은 곧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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