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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장

“아니야. 그냥 돌아가.” 추영자는 손주영이 자기를 도울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주씨 가문은 해성시에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만큼 거대한 존재지만 반대로 손주영은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다. 만약 이 일로 주성호가 손주영에게 악의라도 품는다면 그녀의 앞날은 틀림없이 험난할 것이다. 부부 사이의 원한에 무고한 사람이 휘말리는 건 추영자는 원치 않았다. 손 비서는 추영자의 지친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의 의도를 짐작했고, 걱정 가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주성호는 이미 극도로 불만이 쌓인 상태였다. 그는 시계를 확인하며 추영자에게 다가왔다. "아직 할 말이 남았어? 그만 가야지." "그럼 난 먼저 가볼게. 조심해서 돌아가." 추영자는 손주영에게 인사를 건넨 후 주성호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계단을 내려가 그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 주성호의 얼굴에 불쾌함이 스쳤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뒤를 따랐다. 진작에 차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주성호는 추영자가 다가오자 서둘러 뒷좌석 문을 열었다. 하지만 추영자는 기사를 무시한 채 조수석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주성호와 함께 앉는 것조차 싫었던 것이다. 뒤따라오던 주성호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큰 걸음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뒤에 앉아." “이거 놔!” 추영자는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주성호는 더 이상 말로 설득할 생각이 없었다. 오늘 밤 이미 여러 가지로 일이 꼬였다. 그가 미리 언론 쪽을 막아놓지 않았다면 이 일은 벌써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을 것이다. 이를 생각하며 주성호는 추영자를 강제로 뒷좌석에 밀어 넣었다. 추영자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 역시 뒤이어 탑승했고 눈치 빠른 고승민도 재빨리 조수석에 올랐다. 기사는 빠르게 문을 잠그더니 주성호의 지시에 따라 경찰서를 떠났다. 차 안에서 추영자는 창밖만을 바라보며 주성호와 마주하지 않으려 했고 주성호도 그녀의 반항적인 태도에 개의치 않은 듯 좌석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최근 주경민이 회사 일을 도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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