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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장

“응, 네가 잘못 들은 게 아니야.” 주경민이 낮은 목소리로 인정했다. “하지만 별일은 아니야. 전에 걸린 감기가 다 낫지 않아서 그런지, 어제 비행기에서 내려 집에 돌아가자마자 고열이 나더니 결국 정신을 잃었어. 아침에 메이드가 발견해서 병원으로 온 거야.” 이 설명은 그가 왜 지금까지 심자영에게 연락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변명으로 그럴듯했다. 앞서 말할 때 드러난 허점을 메우기 위한 핑계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답은 어딘가 모르게 여전히 이상했다. 심자영은 더 물어보려 했지만 그때 다시 주경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걱정할 거 없어. 지금은 열도 다 내렸고, 몸도 괜찮아. 그런데 간호사가 약을 갈아주려고 기다리고 있어서 오늘은 여기까지 얘기하자. 밤에 시간 나면 다시 연락할게.” 주경민의 말투는 담담했고, 거짓말하는 듯한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심자영의 얼굴에 잠시 의문이 스쳤다. 정말 이번에도 그녀가 괜히 예민하게 군 걸까? 하지만 주경민이 이미 이 정도까지 말한 상황에서 더 캐물을 수도 없어 결국 가볍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책상 위의 물건을 정리했다. 이제 남은 건 동료인 도서화가 수업을 마칠 때까지 기다린 뒤 함께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눈이 내려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해 오후 수업은 취소됐다. 1·2학년 아이들은 이미 부모가 데리러 와서 집에 갔다. 그리고 교사들도 집에 돌아간 뒤 오후에는 다시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됐다. 잠시 더 기다리자, 바깥에서 종소리가 울리며 하교를 알렸다. 현설영을 데리고 교무실로 돌아온 도서화는 심자영을 보자 약간 미안한 듯 웃었다. 그녀는 심자영이 마지막 교시가 비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또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괜찮아요. 어차피 집에 가도 딱히 할 일이 없어요.” 심자영은 웃으며 말했다. 도서화가 짐을 다 정리한 뒤에야 세 사람은 함께 밖으로 나섰다. 차를 몰아 돌아온 심자영은 차를 마당에 대고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때 등 뒤에서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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