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그래서...” 금테 안경 너머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더 알고 싶어.” 유채하는 짧게 웃고 손을 뻗어 배승호의 넥타이를 거칠게 움켜잡아 배승호를 확 끌어당겼다. 두 사람의 숨결이 가까운 거리에서 뒤엉켰다. “알고 싶다는 이유로 나를 네 것이라고 공개해 버리는 거야? 유채하의 붉은 입술 사이로 매혹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기 싫어 안간힘 쓰는 모습, 정말 귀엽네.” 말이 끝나자마자 유채하는 배승호를 확 밀쳐냈다. 액셀을 세게 밟자 빨간 마이바흐가 화살처럼 튀어 나갔다. 유채하는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 창을 내렸다. 초여름 바람이 차 안으로 한꺼번에 들이치며 주변에 남아 있던 우디 향을 모조리 쓸어냈다. [새로운 미션. 배승호의 호의를 수락하기. 미션 성공 시, 상업적 예지능력 +10%] 시스템 알림음이 불쑥 울렸다. “조용히 해.” 유채하는 차갑게 말을 내뱉으며 운전대를 꽉 움켜쥐었다. [유채하 님이 호의를 수락하기 싫다면 적어도 배승호가 집에 데려다주는 것을 허락해야 합니다. 성공 시, 신체 기능 강화 1회] 시스템은 집요하게 조건을 얹었다. 유채하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바로 시스템과의 연결을 끊어냈다. 어떤 형태의 압박도 질색이었다. 시스템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바로 그다음, 강한 현기증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시야 앞 도로가 비틀리고 가장자리에는 별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 브레이크를 힘껏 밟자 타이어와 바닥이 갈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퍼졌다. “유채하?” 뒤쪽에서 다급한 발소리와 배승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채하는 양손으로 핸들을 악착같이 움켜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새하얗게 질릴 정도였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차갑게 쏘아붙였다. “죽고 싶은 거야?” [유채하 님, 미션을 완료하세요] 감정 하나 섞이지 않은 안내음이 머릿속을 때렸다. “내가 이런 잔재주에 굴복할 거라고 생각해?” 유채하는 코웃음 치며 다시 시동을 걸었다. “어디 한번 여기서 죽게 놔둬 봐. 그럼 다른 유저를 찾아야겠네.” 무시무시한 엔진 소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