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차가 매끄럽게 캠퍼스를 빠져나갔다. 배승호의 길고 매끈한 손가락이 핸들 위에 걸쳐져 있었고 도드라진 마디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유채하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고 조용히 배승호의 옆태와 운전 동작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꿨어?”
전방만 똑바로 응시하던 배승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유채하는 가볍게 웃었다.
“배 대표가 계속 나를 더 알고 싶다고 했잖아. 기회 한 번 줄게.”
배승호가 고개를 살짝 돌려 한 번 바라보더니, 금테 안경 속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유채하, 지금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야?”
“그 질문은 내가 해야지, 배 대표.”
유채하는 창틀을 손끝으로 톡톡 두드렸다.
“도서관에 내 이름을 붙이고, 헬리콥터로 장미를 보내고, 이러면 다음에는 제네레이션 스퀘어 전광판에 대문짝만하게 고백하겠어?”
[시스템 경고: 지나치게 강경한 태도는 호감도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유채하는 속으로 차갑게 비웃었다. 또 배승호의 비위를 맞추라는 뜻이다.
배승호는 갑자기 깜빡이를 켜고 차를 길옆에 세웠다.
안전벨트를 풀어 몸을 돌리는 순간 두 사람 사이 거리는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
“맞다고 하면?”
낮게 깔린 목소리에는 위험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
유채한은 물러서지 않고 정면을 받아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면 그 맞은편 전광판을 사서, 네가 듣기 싫어하는 말을 써놓을 거야.”
배승호의 입술 사이로 낮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볼 옆으로 흘러내린 잔머리를 쓸어 올리려 손을 뻗었지만 그만 닿기 직전에 멈췄다.
배승호는 손끝을 한 번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아까 차 밖에 있을 때, 전류가 흐르는 걸 느꼈어.”
“그래서?”
유채하는 눈썹을 들어 올리며 애써 표정을 감췄다.
“그래서...”
배승호의 몸이 확 기울었다. 유채하의 귓불에 닿을 듯한 거리에서 배승호의 속삭임이 떨어졌다.
“대체 나한테 무슨 저주를 건 거야.”
목선을 스치는 숨은 뜨겁고 습했다.
유채하는 피하지 않고 똑같이 바싹 다가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배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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