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하객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고 술렁이던 연회장은 죽음 같은 침묵에 휩싸였다. 오직 육시훈과 그의 친구들만이 남아 있었는데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그에게 다가갔다.
“시훈아, 임유라 어머니 병원에 가볼 생각이야?”
“네가 무대에 오르자마자 궁금해서 임유라가 준 선물을 열어봤더니 그게 나왔어.”
“미안해.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면 영상을 공개하는 건 임유라에게 정말 불공평한 일이야...”
그들은 수군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 육상철의 조금 전 태도와 계약서 내용만 봐도 그의 어머니와 관련된 일이 90% 진실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 그를 자극하는 건 위험한 일일 뿐이었다.
육시훈은 혼이 빠져나간 듯 멍하니 있었다. 그는 계약서를 직접 보았다. 거기엔 아버지와 자기 어머니의 이름이 분명히 적혀 있었다. 하지만 그는 평생 이 사실을 몰랐다.
입술이 떨리며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목에서 마른 침 넘어가는 소리만 나왔다.
복수라는 이름으로 임유라에게 그 많은 짓을 했다. 그녀의 다리를 망가뜨려 평생 춤추는 꿈을 접게 만든 것도 자신이었다. 그런데 인제 와서 잘못이 전부 자신에게 있었다는 말인가.
과거 임유라와 함께한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눈동자엔 항상 반짝이는 별빛이 가득했고, 그를 바라볼 때면 사랑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을 그는 이용하기만 했다.
한참의 침묵 끝에 육시훈이 간신히 짜낸 듯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임유라는... 어디에 있지?”
그는 지금껏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친구들은 서로 고개를 저었다. 그들도 계속 그녀를 보지 못했다.
육시훈은 침묵하며 밖으로 나가 병원으로 향했다.
은선희는 방금 깨어났는데 그를 보자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자신의 딸이 육시훈에게 줄곧 이용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나가.”
그를 보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 육시훈은 못 들은 척하고 병상 옆에 꼿꼿이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는데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아줌마, 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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