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시훈아, 반년 넘었어... 이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야.” 육시훈이 직접 구매한 별장 안에서 그의 친구들은 눈앞에서 술을 거듭 들이켜는 남자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임유라가 떠난 후, 그는 과거의 진실을 알게 되었고, 그날부터 오직 술로만 괴로움을 달래며 무기력하게 지내왔다. 심지어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소은하와 결혼을 앞두고 있음에도 그의 마음은 여전히 그녀를 놓을 수 없었다. 친구들이 끊임없이 그를 찾아와 말렸지만 그는 아무것도 듣지 않았다. 마치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알코올뿐인 것처럼 말이다. 친구들은 옆에 앉아서 미간을 찌푸린 채 쉴 새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오래되었는데도 시훈은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양이야. 전에는 이런 모습 본 적 없었는데.” “복수 계획은 실패했지만 그 소문들은 다 잠잠해졌잖아. 우리 동네에서 진실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고. 게다가 시훈이랑 소은하도 곧 결혼할 텐데 계속 이러는 건 정말 이상해.” “전에 시훈의 회사가 망할 뻔했을 때도 이러지 않았어. 반년이나 지났는데 이러다가 몸 다 망가뜨릴 거야.” “너희들 생각해봐. 설마...” 마지막 추측을 끝내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다만 아무도 입에 올리려 하지 않을 뿐이었다. 그 세 글자만 나와도 육시훈은 트라우마라도 있는 듯 미쳐 날뛰었으니 말이다. 그의 분노와 고통이 정확히 어디서 비롯된 건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들은 목소리를 더 낮추고 고개를 모았다. “시훈이 아직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거 아냐? 계속 엉뚱한 사람에게 복수해왔으니 시훈에게는 꽤 큰 충격일 텐데.” “하지만 이제 임유라는 가 버렸잖아. 우리 중 누구도 연결이 안 돼. 시훈이 사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아니면... 시훈이 사실 유라를 사랑하게 된 걸까?” 그 말은 누가 들을까 봐 두려운 듯이 조심스럽게 내뱉어졌다. 믿지 않는 사람도 있었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육시훈인데, 어떻게 연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