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그녀는 육시훈을 꿰뚫듯이 바라보았다. 마치 그의 눈을 통해 속마음을 들여다보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는 끝내 침묵을 지키더니 고개를 숙인 채 모든 표정을 감추고 있었다.
친구들이 초조한 마음에 그를 밀치며 속삭였다.
“시훈아, 한마디만 해 봐. 일 크게 만들지 말고.”
“너희는 그렇게 오래 사랑했잖아. 시훈, 그렇게 멍청하게 굴지 말라고.”
“임유라는 이미 떠났어. 네 원래 소원이 소은하랑 결혼하는 거 아니었어?”
두 사람이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지 그들조차도 알고 있었다.
소은하의 눈가에 눈물이 맴돌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랑 같이 가자. 부모님을 찾아가서 내일 바로 결혼하겠다고 말해. 시훈아, 네가 고개만 끄덕여준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해줄 수 있어. 오늘 네가 그냥 취해서 한 말일 뿐이라고 생각할 거야.”
여자는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육시훈의 메마른 목구멍에서 흘러나온 대답은 또다시 그녀의 가슴을 후벼팠다.
“은하야, 조금만 더 시간을 줘.”
소은하의 눈물이 마침내 얼굴을 타고 떨어졌다. 그녀의 목소리는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말을 반년 동안이나 들었어. 육시훈, 넌 나를 반년이나 기다리게 했어.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리라는 거야? 임유라 때문에 평생 나랑 결혼을 안 할 거야? 대답해! 지금 당장 결혼하지 않아도 돼. 기다릴 수 있어. 하지만 말해줘. 지금 이 순간 너 진심으로 나와 결혼하고 싶은 거야?”
여자의 추궁 한 마디 한 마디가 칼처럼 그의 마음을 후벼 파는 듯했고, 반년 동안 스스로 속여왔던 거짓을 모조리 벗겨내고 심장을 도려내려는 것 같았다.
그는 소은하와 사랑했던 그때의 감정이 도대체 어떤 건지 떠올릴 수 없었다.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건 오로지 사랑스럽고 어리숙한 임유라의 얼굴뿐이었다.
그의 침묵은 최악의 대답이었다. 친구들조차 초조해하며 이대로 가다간 큰일 나겠다 싶어 급히 소은하를 달랬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아요. 시훈은 지금 마음이 어수선해서 그래요.”
“맞아요. 정신 차리면 당연히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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