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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폐하, 소첩의 말씀을 잠시만 들어주시옵소서.” 강희진은 입가에 어색한 웃음을 머금으며 슬며시 두 걸음 물러섰다. “폐하께선 본래 하늘이 내린 군왕의 기상을 지니셨으니, 누가 보더라도 범상치 않은 분임을 단박에 알아챌 수밖에 없사옵니다. 소첩이 그렇게 말해야만 그분들이 의심을 거두게 됩니다.” “허, 과연 그런가?” 선우진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린 채 눈을 가늘게 뜨고 강희진을 살폈다. “정말입니다!” 강희진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진지하게 답했지만 속으론 투덜거렸다. ‘원래 안 움직이는 얼굴이잖아. 그걸 말도 못 해?’ 어차피 여긴 황궁도 아니고 자신 말고 선우진의 정체를 아는 이도 없었다. 이곳에서는 황제 앞이라 하여도 모처럼 허리를 곧게 펼 수 있었다. 게다가 복수라 해봐야 그저 말 몇 마디로 분풀이를 하는 셈이었다. “밥이나 먹자.” 다행히도 선우진은 그 일을 깊이 따지지 않았다. 그녀를 힐끗 본 뒤 곧장 자리에 앉았다. 시골집 밥상은 궁중의 진수성찬에 비할 바도 못 되거니와 선우진은 평소 입이 무척 까다로운 편이라 강희진은 그가 괜히 흠잡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의외로 선우진은 아무 말 없이 젓가락을 들어 정성스레 차려진 반찬들을 맛보기 시작했고 그 모습은 나름 진지하기까지 했다. “왜 멍하니 서 있는 것이냐.” 선우진은 곁눈질로 강희진을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아, 아니옵니다.” 강희진은 급히 정신을 차리고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하늘의 뜻을 받들고 백성을 이끌어야 할 자가, 이 나라 백성들이 매일 먹는 밥상을 마다한다면 그게 어찌 임금이라 할 수 있겠느냐.” 선우진은 마치 그녀의 속내를 꿰뚫기라도 하듯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 말에 강희진은 한순간 멍해졌다. 고집도 세고 성정도 괴팍하긴 하지만 선우진이 좋은 황제인 것만은 분명했다. 재위 중에는 인재를 널리 등용하고 백성들을 잘 보살폈으며 그의 치세 아래 대주국은 실로 태평성대를 누렸으니 말이다. 다만 어째서 그토록 간신인 강상목에게만 마음을 쏟아 그 많은 악행을 눈감아주었는지 그건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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