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4화
노만복은 성품이 순하고 생김새도 영락없는 선량한 사람 같았다. 말을 할 때마다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모습에 강희진은 절로 웃음이 났다.
“며칠씩 신세를 지고 있는데, 언니랑 오라버니께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는 게 마땅하지요.”
강희진은 멀찌감치서 허리를 숙여 밭일을 하고 있는 선우진을 바라보며 속이 다 시원했다.
늘 남 위에 서서 사람을 내려다보는 그가 이렇게 흙 묻히고 땀 흘리는 모습이라니, 조정 대신들이 본다면 어떤 반응일지 실로 궁금했다.
“무슨 말씀을 그리하시오. 나랑 집사람 둘이 지낸 지도 벌써 여러 해요. 집 안이 이리 북적이기는 오랜만이니, 오히려 우리가 더 고마운 일이오.”
가을바람이 살랑이는 한낮 끝자락, 노만복은 고개를 들어 붉은 노을이 내려앉은 들녘을 바라보았다.
얼굴에는 고요한 평온이 깃들어 있었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혜란 언니랑 만복 오라버니는 본래 도하 마을 분들이 아니십니까?”
강희진은 아까 그가 한 말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물었다.
“아니오. 우리는 형주에서 왔소. 팔 년 전, 형주에 큰 물난리가 나서 집안이 풍비박산 났소. 죽은 사람도 많았고 뿔뿔이 흩어져 결국 남은 건 우리 둘뿐이었소.”
형주는 경성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
그곳에서 이 먼 마을까지 흘러온 걸 보면 참으로 많은 고생을 했으리라.
강희진은 마음 한쪽이 아려왔다.
“명복을 빕니다...”
목이 메어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그녀는 겨우 그 한마디를 꺼냈다.
가족을 잃는 고통이란 겪어보지 않고는 모르는 법이다. 그들의 상처를 온전히 알 순 없어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이미 지나간 일이오.”
노만복은 강희진을 바라보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뒤에 들으니, 폐하께서 형주에 큰 둑을 세우셨더이다. 그때는 나도 집사람을 데리고 다시 돌아갈까 했소만 집사람이 옛일을 떠올릴까 두려워 못 가겠다 하여, 이리 머무르게 되었소.”
그는 드물게 과거 이야기를 풀어놓듯 조곤조곤 말했다.
“홍수에 목숨을 잃은 백성들을 위해 폐하께서 비석도 세우셨다고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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