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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강희진의 발걸음이 멈칫하며 그 자리에 멈추었다. “설령 예전에 정승댁에서 너를 괴롭혔다 한들, 나 혼자만의 소행이 아니었어. 마마, 춘희, 저택의 그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가 다르지 않게 대했지 않았니. 그런데도 어찌하여 나만을 탓하는 거야?” 동월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강희진의 등을 꿰뚫을 듯 노려보았다. 용모가 망가져 이미 강원주에게 궁 밖으로 내쳐졌는데 이제는 강상목에게도 쓸모 없는 폐졸이 된 셈이다. 이 모든 것이 다 강희진 탓이었다. “모두가 나를 그렇게 대했으니 너 또한 그러는 것이 마땅하다... 이 말이냐?” 강희진이 천천히 돌아서며 동월과 시선을 맞추었다. “네 말뜻이 그 말이냐?” 동월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머릿속에는 강희진이 예전처럼 고개만 숙이고 조용히 따르던 모습이 아른거렸으나 지금 이 앞에 선 여인은 너무도 낯설었다. 그 찰나, 문득 모든 것이 명료해지는 듯하였다. “너... 일부러 그리한 거야?” 자신을 이 지경으로 몰고 가고 강상목에게 버림받도록 만든 일들, 이 모든 게 다 강희진의 계략이었다. 동월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온몸이 더 심하게 떨렸다. 강희진은 묵묵히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눈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동월을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그 눈빛에는 동정도, 흔들림도 없었다. “내가 마마께 알릴 것이다! 정승께도 말씀드릴 거야! 네 본모습을 모두에게 알릴 거다! 대감이 네 짓을 알게 되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동월은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했다는 것이냐?” 강희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무고한 표정을 지었다. “홍진이 돋은 건 너이지 내가 아닌데, 대감은 오히려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할지도 모르지. 방금 일 또한 네 아씨가 너에게 지시한 것이지, 내가 시킨 일은 아니지 않느냐?” “강희진!” 동월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지고 그 원망은 금방이라도 넘쳐 흘를 듯하였다. “목소리는 낮추는 게 좋을 것이다. 너와 내가 지금 다투는 모습을 본다고 해서 정승이 네 편을 들어줄 거라 확신하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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