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6화
“어서 약을 올리세요! 이리 지체하여 상처라도 덧나면 그땐 그대를 용서치 않겠습니다!”
권 어의가 혹여 더 들여다볼까 두려운 나머지, 강원주는 안으로 일렁이는 불안함을 꾹 눌러가며 재촉하였다.
권 어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 없이 손을 놀려 약을 바르기 시작하였다.
한켠, 궁인들 틈에 섞인 채로 가면을 쓴 강희진이 조용히 서 있었다.
강원주는 성정이 제멋대로이고 오만하여 그녀와는 판이하였다. 문득 생각해보니, 전생에 자신이 죽고 난 뒤 선우진이 그 차이를 알아차릴 수는 있었을까.
곰곰이 따져보아도 그럴 리 없었다. 전생의 선우진과 그녀는 그저 육체만을 나누었을 뿐, 감정이라곤 없었으니.
그녀가 죽은 뒤 어머니 또한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으리라. 강원주는 황자를 낳았다는 공덕으로 중궁에 올랐고 그에 따라 강씨 일가 또한 세도가 되어 창성하였다.
그 생각이 미치자 강희진의 가슴속에는 억울함과 분노가 물밀듯 밀려들었다. 마치 온몸을 휘감는 물살처럼, 가쁜 숨을 몰아쉬게 할 정도였다.
착한 이는 짧은 생을 마치고 악한 자들은 아무 일 없듯 세상을 군림하니, 하늘조차 그 불공평함을 보다 못해 차마 외면치 못하고 그녀에게 다시 살아갈 기회를 내어준 것이리라.
생각이 멀어질 무렵, 권 어의가 작별을 고하자 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수습하였다.
“강희진, 네가 요즘 아주 기세등등하구나?”
궁인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방 안엔 강원주의 하녀 넷만이 남았다.
“내가 언제 네게 말을 하라고 했느냐? 사내만 보이면 꼬리를 흔드나 본데, 늙어빠진 권 어의도 예외가 아닌 게냐?”
강원주는 혐오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흘겨보며 코웃음을 쳤다.
강희진은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대꾸하지 않았다. 강원주야 원래 트집을 잡으려 들었으니 무슨 말을 하든 소용없다는 걸 알았다.
“약이나 올려오너라.”
보다 못해 신경이 곤두선 강원주는 성을 내며 명하였다.
“예, 마마.”
강희진은 나직이 대답하고는 자리를 물러났다.
“그 낯짝만 봐도 기분이 더럽다니까.”
뒤에서 들려오는 경멸 섞인 말에 강희진의 눈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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