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화
선우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각 안엔 낮은 술렁임이 일었다.
예로부터 궁중 연회에는 각 전각의 주인들에게 내명부에서 예복을 일괄 지급하던 것이 관례였으나 이번엔 홀연히 그 법도가 바뀌어 각자 의복을 마련하라는 명이 내려진 것이다. 겉보기에야 백화제방이라 할 만한 일이었으나 실상은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었다.
차림이 소홀하면 연회 자리에서 돋보일 기회조차 잃을 것이요, 지나치게 화려하면 되레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시비에 휘말릴 터이니, 이는 곧 궁인들에게는 두려운 시험과도 같았다.
각자 심중에 타산을 굴리는 사이, 전각의 분위기는 어쩐지 묵직해졌다.
“참으로 때마침이옵니다.”
숙빈이 불쑥 입을 열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어제 우연히 얻은 명주 비단 한 필이 있어, 이참에 민빈에게 드려 비녀를 돌려준 정을 갚고자 했지요.”
선우진은 눈썹을 살짝 치켜들었을 뿐, 아무런 반응도 내비치지 않았다.
숙빈은 그 눈빛을 흘끗 짚었고 별다른 말없이 하녀들에게 명하였다.
이내 붉은 단목으로 만든 안상 위에 자줏빛이 감도는 고운 비단 한 필이 올려졌다. 은은하면서도 깊이 있는 광택이 비단결을 따라 번져나갔고 보는 이로 하여금 그 값어치를 짐작케 하였다.
“숙빈께서 민빈을 참으로 아끼시는 모양입니다. 저 ‘금월 소라’는 워낙 귀한 비단이지요. 게다가 숙빈께서 준비하신 이 필은 색감이며 무늬며, 더욱 보기 드문 것입니다.”
이원혜가 잽싸게 맞장구를 치며 숙빈을 치켜세웠다.
“금월 소라를 알아보는 것인가요?”
숙빈은 놀란 듯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마마, 소첩은 유주 출신입니다.”
유주는 예로부터 금월 소라 비단의 산지로 이름 높았으니 그녀가 이를 단박에 알아본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어머나, 그랬단 말인가요. 참으로 아깝하군요.”
숙빈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아쉬운 기색을 드러냈다.
“진작 알았더라면 그대에게도 한 필 보냈을 터인데.”
“마마, 송구하지만 소첩은 감히 그런 귀한 물건을 받을 자격이 없어요.”
이원혜는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귀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